‘아시아 홈런킹’ 이승엽(28·지바 롯데 마린스)의 화끈한 화력 시범에 보비 밸런타인 감독의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17일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첫 홍백전. 홍팀 4번 지명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7회 5년차 중간계투 다니의 한가운데 직구를 놓치지 않고 우중간 담을 넘기는 3점포를 터뜨린 것을 비롯해 2루타 2개 등 7타수 4안타 7타점의 원맨쇼를 펼쳤다. 7타점은 양 팀 통틀어 최다 타점.
10회까지 진행된 경기에서 8이닝만 뛴 이승엽의 타수와 타점이 이렇게 많은 것은 이날 홍백전이 시뮬레이션 경기(미리 주자를 내보내고 이닝당 아웃카운트도 3개 이상)를 혼용했기 때문.
1회 오른쪽 안타로 포문을 연 이승엽은 주자 1, 2루 상황을 미리 설정해 놓고 맞이한 3회와 7회의 두 시뮬레이션 타석에서 홈런과 좌익선상 2루타를 날려 찬스에 강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승엽은 “일본에서의 첫 실전경기라 첫 타석에서 꼭 안타를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1회부터 안타가 터져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연습경기라 큰 의미는 두지 않지만 최근 타격 감각이 워낙 좋아 이 컨디션을 개막전까지 끌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승엽은 또 처음으로 상대 투수가 전력을 다해 던진 실전경기를 치른 데 대해선 “몸쪽 붙이는 직구와 위에서 떨어지는 변화구가 위협적이었지만 못 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밸런타인 감독은 “새로운 환경인데도 고도의 배팅 감각을 유지하는 이승엽을 높게 평가할 수밖에 없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일본 에이전트인 김기주씨가 전했다.
이승엽과 주전 1루수 경쟁을 벌이고 있는 후쿠우라는 백팀에 속할 것이란 전망과는 달리 이승엽과 같은 홍팀의 3번 타자 겸 1루수로 나가 4회까지 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롯데 마린스는 앞으로 2, 3차례 더 자체 평가전을 통해 선수들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린 뒤 28일 가고시마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시즌 첫 시범경기를 갖는다.
한편 이날 일본 현지 언론은 이승엽의 타순과 포지션이 5번 지명타자로 정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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