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대표는 "누가 보더라도 불법 대선자금의 중심에는 대선후보였던 이 전 총재가 자리하고 있다"며 그가 감옥에 가겠다고 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 전 총재가 나서 불법자금과 관련된 과거의 짐을 져야 당이 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물론 한나라당 위기의 표면적 원인은 '차떼기'로 상징되는 불법 대선자금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잇따라 불거진 불법자금 문제에 대해 정직하게 대처하지 못한 점, 서청원 의원의 석방결의안 처리에서 보여준 비리 불감증, '싹이 노랗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잘못된 공천 작업 등이 겹쳐 위기를 키운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이면서도 주체적인 목소리는 내지 못한 채 '반(反)노무현' 정서와 정부 실패에서 반사효과를 얻는데 급급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반성 없이 '네 탓'만 외치는 최 대표의 태도는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당 내분을 심화시킬 소지가 크다.
최 대표는 '내 탓' 인정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다음 한나라당이 건강한 보수세력의 결집체로, 또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대안세력으로 거듭날 수 있는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최 대표는 당도 자신도 사는 길이 무엇인지 성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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