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들의 현지 르포를 읽어보면 그 정도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상하수도 정비, 전기 가설, 학교 및 병원 건설, 도로 개설, 다리 재건 등의 요구는 기본이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책상과 분필도 부족하다”고 하소연했고, 심지어 “거리를 도쿄 수준으로 정비해 달라”는 요구까지 나왔다고 한다.
자위대는 주둔지의 토지임대료를 놓고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2500m²(약 760평)당 연간 7달러를 내겠다고 했다가 12달러로 올렸지만 지주들은 헐값이라며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최소한 500달러를 내라는 것이어서 격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목숨 걸고 남의 나라에 파병해 놓고 자칫 욕까지 먹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자위대 주둔지역에서는 벌써부터 “일본이 너무 쩨쩨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어찌 자위대만의 문제겠는가. 4월 말 추가 파병을 하는 한국은 훨씬 큰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 병력 규모면에서 1000명의 일본과 3600명의 한국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담당 지역도 훨씬 넓고 당연히 주민들의 요구도 더 많을 것이다.
치안 상황도 한국군에 불리하다. 키르쿠크 도심은 나은 편이지만 인근 하위자 지역은 바그다드 인근 수니삼각지대 못지않게 저항이 극심한 곳이다. 미군에 대한 공격이 매주 20건 이상 벌어지며 모든 주민이 저항세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 경찰을 믿을 수도 없다. 최근 미군 희생자가 줄어든 것은 저항이 약해져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치안 업무를 이라크인들에게 맡기고 후방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반면 이라크인들로 구성된 경찰은 끊임없이 저항세력의 공격을 받아 사망자가 늘고 있다. 그런데도 지원자는 줄을 잇는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한 월급 200달러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담보로 내놓고 있는 것이다. 한국군 주둔지역 주민들 역시 우선은 경제적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 무시할 수도 없다. 주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파병 목적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는 외국 군대를 몰아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저항하는 무장세력이 한국군을 노릴 것이다. 이들에게는 한국군도 미군과 같은 침략자일 뿐이다. 자칫 큰 인명 피해라도 나면 이번에는 국내에서 철군 목소리가 고개를 들 것이다.
여기에 아랍인과 쿠르드족의 뿌리 깊은 반목이 있고,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도 심각하다. 이들의 싸움에 잘못 끼어들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경고가 들려온다.
이라크 파병은 이렇듯 사방에 폭탄이 매설된 지뢰밭이다. 하지만 숱한 진통과 국론 분열을 겪으며 결정한 파병이니만큼 결과가 좋아야 한다. 좋은 결과란 이라크 국민에게 주권을 이양할 때까지 우리측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현지의 민심을 얻는 것이다.
파병까지 남은 두 달 동안 정부는 세심한 부분까지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3600명의 젊은이가 국익을 위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는데 ‘완벽한 준비’란 없다.
김상영 국제부장 you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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