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동영/문희상씨의 ‘총선용 分道論’

  • 입력 2004년 2월 18일 19시 09분


총선을 앞두고 경기 북부지역에선 또다시 ‘분도론(分道論)’이 들끓고 있다. 경기도를 남도와 북도로 나눠 차별을 받아온 북부지역의 개발을 꾀하자는 것이다.

경기 북부지역인 의정부시에서 출마를 선언한 전 대통령비서실장 문희상(文喜相)씨는 최근 이 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 임기 내에 반드시 분도가 추진될 것”이라며 “분도는 여당이 추진해야지, 야당이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의정부 시민들은 2000년 총선에서 문씨를 국회의원으로 뽑았다. 그러나 문씨는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의원직을 사퇴했다.

문씨가 스스로 의원 배지를 뗀 지 1년여 만에 그 배지를 다시 달겠다며 지역구에 돌아와 던진 첫 화두가 바로 분도론이다.

대통령과 임기를 함께하겠다던 그가 불과 1년 만에 마음을 바꿔 다시 국회의원 후보로 나선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분도론을 먼저 제기한 것이다. 특히 문씨는 대통령정책실장과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등 청와대 핵심 브레인들이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씨가 괜히 청와대를 들먹거렸을 수도 있지만 청와대가 간접적으로 문씨를 지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청와대가 경기도의 분도를 추진한다면 정부 이름으로 발표하면 되고 그렇게 한다면 주민들도 환영할 것이다.

그런데 1년 만에 의정부로 돌아온 문씨가 이를 거론했다는 점, 또 청와대를 들먹였다는 점에서 뭔가 석연찮은 느낌을 준다.

그동안 경기 북부에서는 시군의원들과 지역주민들이 분도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하는 등 자발적으로 분도 추진 움직임을 보여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청와대는 물론 문씨도 이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가 분도론과 관련해 총선용 선심정책이라는 오해를 피하려면 문씨의 입을 빌리지 말고 이제라도 경기 북부에서 분도에 관한 여론조사를 시작하는 등 행정 절차를 밟아 나가야 할 것이다.

경기 북부 주민의 상당수가 분도를 희망하고 있지만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의 선거용 이벤트로 추진돼서는 곤란하다.

이동영 사회2부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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