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장희빈, 사극의 배반'…사극처럼 악녀였을까

  • 입력 2004년 2월 20일 17시 25분


◇장희빈, 사극의 배반/정두희 김아네스 최선혜 이장우 지음/324쪽 1만3000원 소나무

지난해 방송됐던 KBS2 사극 ‘장희빈’의 최대 논란거리는 김혜수를 캐스팅한 것이었다. 서글서글한 눈매와 둥근 얼굴형이 악녀의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1970년대 MBC 일일연속극 ‘장희빈’에서 표독함으로 기세를 올렸던 윤여정은 길거리에서 시청자들로부터 몰매를 맞고 광고계약을 파기당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7번씩이나 TV와 영화에서 사극으로 만들어진 ‘장희빈’은 한결같이 악독하고 섹시한 모습이다. 반면 인현왕후는 어질고 후덕한 여성의 상징이다. 그렇다면 실제 ‘장희빈’은 과연 악녀였을까.

이 책을 집필한 역사학자 4인은 역사학계가 도외시해 온 ‘사극’에 주목한다. 현실적으로 사극의 ‘역사해석’이 역사책보다 대중에게 훨씬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

“사극 속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대립은 남인과 서인의 대리전이었다. 사극은 역사 속 인물의 운명을 당대의 시대적 배경과 더불어 표현해야 한다. 그러나 사극에서는 역사적 배경보다는 개인적 심성의 사악함 등 도덕성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김아네스) 공동필자인 서강대 정두희교수는 사극 대본의 자료로 쓰인 ‘사료’의 허구성을 지적하기도 한다.

“장희빈과 관련된 대부분의 자료들이 과연 객관적이라 할 수 있을까. 그것이 역사의 승리자인 숙종과 인현왕후의 입장에서 기록된 역사는 아닌가.”

아울러 국왕의 정치적 동반자로서 ‘공적 역할’을 했던 궁녀가 사극에서는 어떻게 사적 영역에 놓여 왜곡됐는지 고찰되며, 숙종은 왕권수호를 위해 당쟁에서 처절한 줄다리기를 했던 영리하고 강건한 인물로 재해석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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