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0여년 전에 이미 ‘승전’했고, 2003년에도 ‘승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 전쟁은 사담 후세인이 체포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것은 또 ‘명분 없는 전쟁’이다. 적어도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미국의 ‘선택’에 의한 전쟁이었다.
이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은 이라크에서 베트남의 악몽을 떠올린다. 이라크는 ‘제2의 베트남’이 될 것인가.
우리 역사상 한국군이 외국의 영토에서 싸웠던 최초의 전쟁 베트남전. 그리고 이라크전.
이라크 추가 파병을 둘러싼 논란은 한 시대 전의 베트남 파병 논란과 겹쳐진다. 아니, 아직 꺼지지 않은 ‘파월(派越) 논쟁’의 불씨를 재연(再燃)시키고 있다.
2001년 8월 김대중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쩐득르엉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우리가 불행한 전쟁에 참여해 베트남 국민에게 고통을 준 점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즉각 야당이 들고 일어났다. “김 대통령의 국가관과 역사관의 실체가 뭐냐.”
주월사령부 초대사령관을 지낸 채명신씨(예비역 대장)는 “베트남전 파병이 ‘용병(傭兵)’이었는지, ‘정의의 십자군’이었는지 밝히라”고 따졌다.
그는 “베트남전 참전은 주한미군이 베트남으로 배치돼 한국에서 철수하는 것을 막고, 경제적으로 해외 활로를 개척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그도 베트남전이 부도덕한 전쟁이었다는 것은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경제논리(국익론)와 안보논리(동맹론)의 울타리에 갇혀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울타리는 여전히 절박한 현실이며 떨쳐버릴 수 없는 한반도의 한계상황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북핵(北核)’이라는 새 변수가 더해진 정도랄까. 한국 정부는 북괴(北傀?)의 ‘남침(南侵)’ 못지않게 미국의 ‘북핵 선제공격’을 뜯어말려야 하는 ‘묘한’ 위치에 있다.
베트남 파병은 ‘부끄러운 과거’였나? 우리는 아직도 그 답을 알지 못한다.
다만 6·25전쟁의 끔찍한 참상을 그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놀라운 흥행 성공에서 우리 시대에 새롭게 싹트는 ‘평화의 감수성’을 느낄 뿐이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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