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근은 잠든 자기 숨소리에 놀라 눈을 뜨고 고개를 쳐들었다. 트럭은 길 양옆이 나무들로 뒤덮인 좁고 구불구불한 산길을 느릿느릿 오르고 있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자, 하늘 색깔이 검정에서 회색으로 바뀌어 있고 별빛은 희미했다. 쏙독 쏙독 딱딱딱 딱딱딱 쏙독 쏙독 찍찍 짹짹 쏙독 쏙독, 새들이 저마다 다른 소리로 지저귀며 아침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다음 커브 길을 돌자 트럭이 갑자기 멈췄다.
전조등을 켜놓은 채 운전석에서 내린 두 명의 사찰계는 담배를 문 채로 뭐라 뭐라 의논하기 시작했다. 고개를 툭 떨어뜨리다 잠이 깬 청년은 겁먹은 눈으로 사방을 돌아보았지만, 우근은 그냥 고개를 끄덕거려 보이는 수밖에 없었다.
“내려!”
짐칸의 포장이 걷히고, 사찰계는 곡괭이와 부삽을 어깨에 멨다.
전조등이 꺼지고, 우리는 새벽어둠을 걸치고 꿈틀거리는 그림자가 되었다.
이건 길이 아니다…산…급사면…나무뿌리와 화강암과 자갈이 뒤섞인 발치에서 각다귀가 연기처럼 날아오르고…오른쪽 왼쪽 오른쪽 왼쪽…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 오른쪽 왼쪽, 한 걸음, 한 걸음, 총에 맞은 오른쪽 다리뼈가, 으윽! 아얏! 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삐걱거리고, 뒤꿈치가 뭉개진 왼발이 부들부들 떨며 더는 못 걷겠다고 애원하지만…오른쪽 왼쪽 오른쪽! 오른쪽! 무엇을 위해서! 오른쪽 왼쪽! 죽기 위해서!
글 유미리
번역 김난주 그림 이즈쓰 히로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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