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채무를 재조정하고 대출만기를 연장하도록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춘 지금까지의 정부정책은 실패했다고 본다. 신용회복위원회 출범 직전보다 신용불량자가 126만명이나 늘어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노무현 정부는 신용불량 문제가 김대중 정부의 책임이라는 태도를 보여왔지만 지난해 정책 실패에 따른 가계 살림살이 악화가 문제를 키운 데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가급적 빨리 신용불량자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으나 총선을 의식해 조급하게 선심성 대책을 내놔서는 결코 안 된다. 지난해 말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일부 금융회사가 원리금 대폭 탕감 가능성을 내비친 뒤 연체율이 크게 높아져 LG카드 사태의 도화선이 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신용불량의 내용이 경미한데도 금융거래나 취업 등에서 과도한 불이익을 받는 일은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 그러나 신용불량자에게만 시야를 좁혀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잠재신용불량자의 상당수가 자발적으로 신용불량자가 되고 마는 제도적 모순을 바로 잡아야 한다.
정부는 무엇보다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고 토지시장 등을 떠도는 부동자금이 건전한 투자와 소비에 사용될 수 있도록 물꼬를 트기 위한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경제가 살아나 가계의 소득이 늘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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