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의 화두는 차떼기식 부정, 접대비 규제 시비, 일자리 만들기 등이다. 옛날 제논이 환생해 서울을 찾아온다면 무엇이라고 설파했을까. 차떼기에 실린 돈이 150억원이면 3억원짜리 포장으로 50뭉치에 해당한다. 이런 부정을 없애기 위해 1만원권 지폐를 모두 회수하고 1000원권만 유통시키면 500뭉치, 100원권을 신규 발행하면 5000뭉치가 될 것이니까 그 무게와 부피 때문에 불법행위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50만원 이상 접대할 때 접대 고객이 몇 명이든지 반드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게 만드는 조치는 아이디어치고는 기발하다. 왜 50만원인가? 5만원 또는 단돈 5000원으로 낮추면 어떤가? 뭐니 뭐니 해도 한국 경제의 최대 현안은 일자리 창출이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고용기회 확대를 독려하고 공공부문의 일자리도 늘릴 계획인 모양이다. 체제전환 이전 사회주의 국가에는 공식적으로 실업이 없었다. 그것을 닮아 가면 공식적으로 ‘완전고용’을 이룰 수 있다.
▷아마도 노회한 제논은 여기에 그칠 것 같지 않다. 앞에서 예시한 사례들을 한 쾌에 엮어 이렇게 제안할 것 같다. “고액권을 소액권으로 대체하라. 모든 상거래에 고객의 주소 성명 주민등록번호뿐 아니라 고객에게서 받은 지폐번호도 함께 기록하라. 여기에 소요되는 인원을 대폭 고용하게 하라. 모든 실업인구에게 일자리가 돌아갈 때까지 돈 세는 작업, 확인작업을 반복하도록 하라.” 그 결과로 얻을 것은 무엇이고 잃을 것은 무엇인가? 검은돈 거래 끝, 실업 끝이겠으나 엄청난 거래 불편, 경제 효율성 저하 등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제논의 가르침이다.
김병주 객원논설위원·서강대 명예교수·경제학
pjkim@ccs.sogang.ac.kr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