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과 피해’ 대립된 견해 ▼
세계화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세계화가 돌이킬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세계화의 결과로 빈부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으며, 빈국의 주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화에서 더 소외돼 거의 자생능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본다.
ILO 통계에 의하면 지난 40년간 못사는 나라의 평균소득은 250달러 수준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것에 반해 잘사는 나라의 소득은 1만달러에서 3만달러 수준으로 크게 늘어났다. 따라서 개도국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경제개발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선 각국 정부의 정책적 자율성이 확보돼야 하고, 1차산품의 적정 가격이 유지되게 하는 국제 규범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세계화의 과정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는 전제 위에서 모든 국가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과감하게 시장을 개방하고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전 세계 주민이 국경을 초월해 자유롭게 경쟁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서로 다른 두 가지 주장이 대립돼 있는 듯하다. 이는 한 발을 선진국 문턱에 걸쳐 놓고 있으나 아직 개도국의 특성을 안고 있는 우리 경제의 이중적 성격에 기인한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화의 혜택을 받고 있는 분야와 그렇지 못한 분야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두드러진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화의 과정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독특한 지정학적 위치와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가 이 상황에서 앞날을 위해 선택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전반적으로 세계화의 혜택을 다른 개도국에 비해 많이 받은 나라다. 우리나라의 수출액은 아프리카 50여개국의 전체 수출액보다 많으며 48개 최빈 개도국(LDC) 수출액의 4배에 이른다.
물론 세계화 과정에서는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는 층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보상 요구에 매달리기만 하면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국내적인 반목과 대립을 끝내고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계속 키워나갈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내야만 새로운 국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세계위원회 보고서에서도 근로자, 사용자, 시민단체의 소리가 골고루 잘 들리는 국가, 즉 민주적이고 공정한 절차가 이뤄지고 있는 나라에서 세계화의 혜택이 많은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세계화로 인한 위험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중간자 위치 강점 살려야 ▼
이제는 눈을 밖으로 돌려 세계화에 관한 국제사회의 공론이 우리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결실을 맺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우리의 중간자적인 특수한 위치 때문에 우리와의 대화와 협력을 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선진국과 개도국간 협력 확대에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 만큼 우리는 그동안의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잘사는 지구촌을 만들어 나가는 노력에 동참하는 데 인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의용 ILO이사회 의장·전 주제네바 대사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