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번홀까지 올 스퀘어. 승부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그렸다. 그러나 우즈의 ‘슈퍼샷’ 하나가 팽팽한 실타래를 끊었다.
후반 7번째 홀인 25번홀(파4·423야드). 들쭉날쭉한 드라이버 샷으로 고전하던 우즈의 티샷이 페어웨이 우측 나무에 맞고 10cm 길이는 됨직한 깊은 러프에 처박혔다. 핀까지 거리는 158야드에 불과했지만 공이 풀에 파묻힌 데다 홀 쪽을 향해 2개의 커다란 나무까지 가로막고 있어 최대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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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데이비스 러브 3세의 티샷은 페어웨이 오른쪽 가장자리에 떨어져 손쉽게 세컨드 샷을 할 수 있는 상황. 이제 우즈가 한 홀을 잃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피칭웨지를 꺼내든 우즈는 두 아름드리 나무 위로 멋지게 날아가 핀 3.6m 옆에 떨어지는 놀라운 샷으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우즈의 샷에 압도당한 러브 3세는 그린을 지나 프린지에 떨어지는 세컨드 샷을 한 뒤 버디를 놓쳐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
순식간에 위기를 기회로 바꿔 놓은 우즈는 3.6m 버디 퍼트를 홀 안으로 떨어뜨리며 25번홀에서 처음으로 리드를 잡았다. 한번 물면 놓지 않는 ‘호랑이’처럼 승세를 잡은 그는 26번홀(파5·569야드)에서도 드라이버 티샷을 러프에 빠뜨렸지만 버디를 낚아 단번에 2홀 차 리드.
반면 러브 3세는 27번홀에서 티샷이 러프에 박히고 아이언 샷이 벙커에 빠지는 등 페이스가 무너지며 보기로 자멸했다. 우즈의 3홀 연속 승리는 러브 3세의 전의를 꺾은 치명타였다.
▼4修끝 시즌 첫승… 최단경기 40승▼
“No Love!”
23번홀(파3·215야드). 한 갤러리가 티잉그라운드로 다가서는 데이비스 러브 3세(40·미국)를 향해 야유를 던졌다. ‘러브3세는 없다’는 뜻. 그는 20번홀에서 러브 3세가 파퍼트를 놓쳐 한 홀을 잃으며 타이거 우즈(29·미국)와 올 스퀘어가 되자 “웁스(Whoops·이크)”라고 소리쳤던 우즈의 열성팬.
화가 치민 러브 3세는 갤러리 쪽으로 다가서며 “그를 퇴장시킬 때까지 경기를 계속하지 않겠다”고 했고 결국 그는 쫓겨났다. 하지만 신경이 잔뜩 날카로워진 러브 3세는 이후 제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 러브 3세는 없었고 우즈만 있었다.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스배드의 라코스타GC(파72)에서 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액센추어 매치플레이챔피언십(총상금 700만달러) 36홀 결승전.
우즈는 2홀 남기고 3홀을 이기며 지난해에 이어 대회 2연패에 성공해 120만달러(약 14억원)의 우승상금을 따냈다. 시즌 4번째 출전 만에 올 시즌 첫 우승. 아울러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최단경기(149개 대회 출전) 40승 기록도 세웠다. 종전은 잭 니클로스(미국)의 221개 대회 40승.
우즈는 지난해부터 이 대회 12연승에 통산 20승3패를 기록, ‘매치플레이의 황제’임을 증명했다. 대회 첫 결승에 오른 러브 3세는 이날 1∼2m짜리 버디 퍼팅을 5개나 놓쳤다.
한편 18홀 경기로 열린 3, 4위전에선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가 스테판 리니(호주)를 2홀차(2up)로 제치고 3위를 차지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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