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잘못이 크다. 어떤 명분을 붙여도 그제 민주당 주도로 기습 상정한 선거구 수정안은 한나라당과의 야합으로 자당에 유리한 지역구를 살려내자는 ‘게리맨더링’일 뿐이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어렵게 이뤄낸 정개특위 합의안까지 짓밟는 것이 조순형 대표 체제 출범 후 그렇게 강조해 온 원칙과 정도의 정치인가.
민생이나 권력 견제를 위한 한나라당과의 공조는 필요하다. 그러나 서청원 석방동의안에서 보듯 지금의 한-민 공조는 이와 거리가 멀다. 이번 선거구 수정안도 정략 공조의 냄새가 물씬 난다. 그런 ‘꼼수 정치’론 결코 건전한 제2야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한나라당도 “짜고 쳤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수정안이 통과되면 민주당과의 관계가 더 두터워져 좋고, 안 되도 ‘방탄 국회’가 되니 손해 볼 게 없다고 계산했는지 모르지만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다. 홍사덕 총무는 겉으론 사과하면서 속으론 ‘방탄 국회’의 뿌듯함에 취해있는 건 아닌가.
선거 3법 처리가 미뤄지면서 정치 신인의 괴로움은 더 커졌다. 자신들은 현행법에 손발이 꽁꽁 묶였는데 국회를 만신창이로 만든 현역 의원은 오히려 온갖 특전을 누리고 있으니 그런 모순이 없다. 정치권은 ‘국회 해산’ ‘국회 불복종운동’ 등의 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깊이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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