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18일 국회 답변에서 “지금 상황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낸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동안 현 정부의 ‘근거 약한 낙관론’에 실망해 고개를 돌린 ‘시장(市場)’은 이 부총리 취임 당시 “역시 이헌재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많은 국민이 경기침체로 고통 받는 현실에서 경기가 살아난다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경제팀 수장(首長)’의 올해 경기 전망이 불과 2주일 사이에 비관론에서 낙관론에서 바뀔 만큼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지 의문이다.
이 부총리 취임 후 경제정책의 방향은 성장 중시 등 고무적인 것이 적지 않다. 하지만 창업형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稅制) 지원, 신용불량자 대책 등의 정책은 단기간에 효과를 낼 성격이 아니다. 소비심리도 여전히 바닥을 기고 있고 기업 현장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다.
이번 발언이 총선을 40일가량 앞둔 가운데 나왔다는 시기적 변수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세간에서는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총선 올인’ 전략에 행정부가 동원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 부총리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가 2000년 4·13총선을 앞두고 금융감독위원장과 재정경제부 장관으로서 보여준 ‘뼈아픈 경험’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시 내수진작책으로 나온 대책 가운데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한도 철폐 등의 ‘독약’이 우리 경제에 어떤 그늘을 드리웠는가.
이 부총리는 중량감이 있다. 시장에서의 신뢰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얼마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정치에 휘둘려 초라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제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신치영 경제부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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