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최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번 총선에 대해 나름대로의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당내 분위기는 충청 이외의 지역에서 자민련이 의석을 얻을 지역은 단 한 곳도 없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텃밭인 충청권(총 24개 선거구)도 녹록하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 기자가 최근 민심 탐방차 충청 지역에 내려갔다가 숱하게 들은 얘기도 “JP가 오든 말든 관심 없다”는 것이었다.
대전 지역 대학의 한 정치학과 교수는 “다른 당이 ‘1인 보스’ 정당의 탈을 벗어던지려고 몸부림치는 데 비해 자민련은 여전히 3김(金) 시대의 패러다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정작 ‘정치 9단’인 JP의 상황 인식은 다른 것 같다.
그는 “당이 잘될 보장이 있으면 물러나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며 여전히 당을 틀어쥔 채 2선 퇴진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오히려 “당에서 비례대표 1번을 하라고 하면 사양했다가 수용할 것”이라며 10선 고지에 대한 욕심을 내비치고 있다.
공천 과정에 대한 입김도 여전한 듯하다. 최근에는 JP가 “DJP 공동정부 시절의 문제를 폭로하겠다”는 한 측근의 ‘반(半)협박’을 받자 직접 공천작업에 개입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제쳐 놓고 그에게 공천장을 쥐여줬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JP는 “남들 한다고 따라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고 했지만, 자민련 안팎에서는 다른 당에서 흔히 하는 상향식 공천이나 후보자 토론회를 했다는 얘기가 한번도 나오지 않고 있다.
자민련이 아직도 ‘JP의 사당(私黨)’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 주는 예들이다.
총선 이후 일선 은퇴까지 내건 바 있는 JP가 보여 준 ‘총선 올인’은 총선 선대위원장에 젊은 지역구 의원 2명을 포함시킨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JP는 예술을 아는 ‘미학(美學)의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한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 그가 무엇을 해야 되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퇴장’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정용관 정치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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