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항은 해당산업의 국내외 흐름을 꿰뚫고 있는지, 적절한 대책을 구상하고 있는지 등을 묻는 것이다. 면담할 때는 리더십을 갖추었는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본다고 했다.
▼낙하산-家臣型사장 선임 문제 ▼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라는 찬사를 듣기도 한 웰치 회장의 사장 선임 기준은 한국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조직의 리더를 뽑는 원칙은 무엇인가. 에둘러 말할 것 없이 ‘최적임자를 고르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 조직을 이끌어갈 비전을 갖고 이를 실천할 추진력을 갖춘 사람 말이다.
최근 우리금융지주와 기업은행의 최고경영자(CEO)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다.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이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에서 “삼성 출신은 곤란하다”는 반발이 나왔다. “우리금융이 삼성을 편파적으로 잘 봐줄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때문에 선임 결과 발표가 늦어지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어떤 회사인가. 자산 128조원의 거대한 금융그룹이다. 뿌리는 옛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큰 회사는 우리은행이다. 공적자금이 12조원이나 들어갔으므로 이를 잘 경영해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은 국가적 과제다.
기업은행장을 뽑는 데는 낙하산 인사 시비가 있었다. 재경부에서 잔뼈가 굵은 강권석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선정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설립한 특수은행인 기업은행도 할 일이 많은 금융기관이다. 은행장의 리더십과 전문성이 각별히 요구되는 조직이다.
우리금융 및 기업은행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응모자들은 입사시험처럼 혹독한 면접도 치렀다고 한다. 민간인 전문가들로 구성된 추천위원회 위원들은 질문공세를 펼쳐 자질을 살핀 다음 적임자를 고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서 사전에 낙점한 인물을 뽑는 형식적인 면접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금융 및 기업은행 대표는 경영을 잘해야 선임 과정에서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황 회장은 삼성그룹에 대해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한다. 혹시 삼성을 편애하거나 경영성과가 나쁘면 이번 ‘발탁성’ 인사의 의미가 크게 퇴색할 것이다.
“한국에는 CEO 시장이 제대로 형성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CEO 후보군(群)에서 적임자를 고르는 메커니즘이 원활히 작동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룹간 CEO 이동도 거의 없는 편이다. 대기업 그룹에서 CEO를 고를 때 능력보다는 총수에 대한 충성도가 잣대가 되기 일쑤다. 외환위기 이후 문을 닫은 회사 가운데 대부분은 가신(家臣)형 CEO 또는 무능한 2세가 경영하는 기업이었다. 총수의 지시가 부당함을 알고도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CEO는 기업에 해악을 끼치는 장본인이 된다.
▼공정-투명한 선발원칙 세워야 ▼
정부가 입김을 미칠 수 있는 조직에서는 낙하산 인사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정치색 짙은 함량 미달의 인물이 권력의 도움으로 자리를 차지하면 그 조직은 엉망이 되기 십상이다. 우려되는 상황은 총선 이후 공기업과 각종 단체에 이런 인물들이 대거 날아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리더십, 전문성, 창의성 등을 두루 갖춘 수장(首長)을 뽑아야 조직이 발전한다. 학연, 혈연, 지연, 충성심, 정치성향 등을 배제한 CEO 선발원칙이 뿌리를 내려야 한국기업은 국제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사이비 CEO가 활개 치면 조직은 망한다.
고승철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