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국장이 밝힌 방안은 키르쿠크 지역을 단독으로 맡아 재건지원 중심의 독자적 작전권을 확보하겠다던 정부의 당초 구상에 비추어 보면 상당한 궤도 수정인 셈이다.
이 방안은 주둔지 방어 및 재건지원 중심의 장비만 가진 한국군이 키르쿠크를 전담할 경우 이라크 전체의 테러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우려에서 미군측이 요청한 것. 최근 반미(反美) 테러단체들이 바그다드 등에 대한 미군의 공세를 피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키르쿠크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는 정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는 만큼 정부의 입장 변화도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미군이 키르쿠크에서 군사작전을 벌일 경우 한국군이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어 자칫 테러단체들이 한국군을 직접 공격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걱정 때문에 미군측이 이같은 방안을 요청해오자 정부는 미군측의 요청이 이라크 현지 부대의 판단인지, 미군 수뇌부의 판단인지를 파악하느라 부산을 떨기도 했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 파병부대의 역할을 놓고 한미 양국의 시각차가 커 양국군간에 마찰의 소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미군측은 한국군이 위험을 함께 부담하지 않고 이라크인들에게 ‘산타클로스’ 역할만 하려 한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도 “미군 실무진은 한국군이 미군과 비슷한 활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으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양측간에 미묘한 시각차가 있음을 인정했다.
반면 정부는 파병부대의 임무를 ‘평화정착과 재건지원 등’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미군 주도의 대테러 군사작전과는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는 상태다.
미군과의 작전공조를 둘러싼 혼선을 지켜보면서 차제에 정부도 보다 냉철하게 미국에 짚을 것은 짚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호원 정치부 기자 bestige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