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모비치의 경우 세율이 1%만 줄어도 1365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 억만장자들에게 런던은 세금 절약을 위한 약속의 땅, 문자 그대로 ‘tax heaven’이다. 절약되는 세금에 비하면 타국에 거주하는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절세(節稅)를 위해 외국 도시에 사는 유명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도 한둘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tax heaven을 보통 ‘조세 피난처’라고 하지만 세금이 적은 곳을 찾아다니는 부호라면 ‘절세의 천국’으로 번역해야 한다고 고집할 것이다.
▷부자들이 찾아야 할 피난처가 하나 더 생겼다. 이번에는 테러 피난처다. 11일 스페인에서 발생한 폭탄테러(190여명 사망)는 테러가 마침내 유럽 본토에 상륙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을 느끼게 한다. 2001년 9·11테러 이후 러시아의 모스크바와 예센투키, 인도네시아 발리, 이라크의 바그다드와 카르발라에서 대형테러가 발생했다. 건물 비행기 기차 등 테러대상이 다양해지고 미국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발생지역도 무차별적이다. 세계가 벌벌 떨고 있으니 발 빠르게 테러 피난처를 만들면 부자들이 몰리지 않겠는가.
▷테러 단체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외곽 때리기’를 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긴 미국은 9·11테러 이후 국토안보부까지 만들어 철저히 대비하고 있으니 공격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 진위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알 카에다의 산하 조직으로 알려진 단체가 스페인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대(對) 이슬람 전쟁 동맹국을 공격 대상으로 지목했다. 우리도 자칫하면 ‘미국의 외곽’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으니 ‘테러 피난처’라고 자임하며 마음을 놓을 처지는 아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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