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총선과 같은 날인 14일. 러시아 대선은 평온했다. 6명이 출마했음에도 유권자들은 “푸틴 말고는 아는 이름이 없어 푸틴을 찍었다”고 했다. 뜻밖의 변수? 없었다. 응급차 운전사들에게 ‘투표 안 한 환자는 수송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려졌다는 게 반대파의 주장이고 보면 변수가 터졌더라도 결과는 같았을지 모른다. 언론과 관권이라는 가장 효율적 선거운동 수단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장악했기 때문이다. 대러시아제국의 향수에 젖어있는 시민, 특히 차르를 연상케 하는 강한 남성상에 매료돼 있는 여성들에겐 푸틴 외의 대안은 없는 듯했다.
▷20일 치르는 대만 총통선거는 1∼2%포인트 안팎의 예측을 불허하는 전장이다. 대만독립을 추구하는 천수이볜 총통은 “당선돼도 중국과의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한 반면 중국과 평화공존을 원하는 국민당의 롄잔 후보는 대만 역사상 최다 군중이 정권교체 시위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변수는 애국심과 중국의 움직임이다. 현상 유지에서 벗어나려는 대만의 어떤 시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국이 어떻게 반응 느냐에 따라, 그리고 그 상황을 대만인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판세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유권자들과 악수만 해봐도 승패 짐작이 가능하다는 ‘고수’들도 꼼짝 못하는 것이 선거변수다. 대선 직전에 벌어진 1987년의 KAL기 폭파, 92년의 초원복집 사건, 2002년 정몽준씨의 노무현 후보 지지 철회 등은 누구도 예상 못했지만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한 사건이었다. 그래서 선거는 당일 돼봐야 안다는 말도 나온다. 이번 총선정국엔 탄핵 후폭풍이 거세다. 선거까지는 아직 한달이 남았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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