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의 참맛은 어디에서 오는가. 싱싱한 횟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노련한 칼솜씨를 지닌 요리사가 화려한 모양새로 썰어놓아도 물이 간 생선이라면 감칠맛이 나지 않는다.
‘천재경영, 이것이 급소다’란 책을 읽으면 싱싱한 회맛을 느낄 수 있다. 아마추어 저술가가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내용이기에 소개된 사례들은 펄떡펄떡 뛰는 생선처럼 생동감을 준다.
저자는 저술가로서는 아마추어지만 직장인으로서는 프로다. 삼성전자에서 17년간, SK텔레콤에서 4년 동안 주로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요즘은 SK텔레콤 대리점을 직접 운영하며 여러 경영이론을 실험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1장인 ‘경쟁에서 살아남기’를 펼치면 고객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삼성전자 사장실에서의 에피소드 하나. 사장이 마케팅실 간부인 저자를 불렀다. 가보니 직속상사 2명이 먼저 와 있었다. 스피커가 따로 떨어진 신제품 TV를 출고하면서 각각 포장하는 바람에 사장의 친구에게 스피커가 배달되지 않는 사고가 발생한 것. 사장은 그 경위를 따지고 있었다. 사장이 일선 실무자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묻는데 상대방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물류 업무가 지나치게 복잡해 그런 사고가 난 것으로 결론짓고 단순화를 추진키로 했다.
3장 ‘불타는 조직을 만들라’에서 소개된 사례 하나. 간부가 영업대책회의를 주재하다가 직원에게 지갑 안에 돈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물었다. 직원은 5만4000원인데 1만원권 5장, 1000원권 3장, 500원짜리 동전 1개, 100원짜리 동전 5개라고 대답했다. 개인 빚이 얼마인지 물어보니 빚 300만원을 모두 갚고 지금은 저축을 조금 해두었다는 대답이었다. 그에게 대리점들로부터 받을 돈은 얼마이고 줄 돈은 얼마인지 물었더니 얼굴이 벌게지면서 대답을 못했다. 간부는 “개인 것은 그렇게 철저히 파악하고 있으면서 회사 것은 왜 그리 모르느냐”라고 질타했다.
4장 ‘이것이 마케팅 급소다’에서는 저자가 관할 대리점 사장을 만난 체험담을 들려준다. 본사에 대해 온갖 것을 요구하는 그를 다른 간부들은 귀찮아 하며 접촉하기를 꺼렸다. 인내심을 갖고 무려 5시간이나 찬찬히 들었다. 그는 처음엔 격한 어투로 이야기하더니 나중엔 스스로 안정을 찾고 “하소연을 다 들어주어서 고맙다”면서 조용히 가더라는 것이다. 남의 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일깨워준다.
저자의 직장 상사였던 서정욱 전 과학기술부 장관은 추천사에서 “그의 글에서는 이것저것 남의 이론을 소개하는 서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생동감이 있고 현장을 경험한 사람만이 갖는 독창성이 있다”고 썼다. 이상현 삼성전자 중국총괄사장도 “그가 보여주는 경험과 생각들은 마치 손만 뻗으면 잡힐 듯이 가까이 있다”면서 적극 추천했다.
저자의 옛 직장상사들도 비서실 직원의 도움 없이 직접 추천사를 쓴 것 같아 상큼한 향기를 풍긴다.
한국에서도 실제 일어난 사례에서 지혜를 찾는 이런 종류의 책이 많이 나와야 한다. 전국의 수많은 직장인이여, 자신의 체험을 진솔하게 정리하기만 해도 멋진 책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으시길….
고승철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 che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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