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의 쟁점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대만독립’이었다. 하지만 그 맥락은 서로 판이하다. 4년 전 야당이던 민진당이 주장한 ‘대만독립’은 40년 국민당 장기집권을 끝내자는 것이었을 뿐, 실제로 대륙과의 분리를 의미하지는 않았다. 양안(兩岸)이 서로 간섭하지 말자는 정도였다. 이는 매우 현실주의적 방안으로서 대만인에게 호소력을 가졌고, 마침내 민진당은 승리했다.
▼兩岸간 긴장 높아질 가능성 ▼
민진당 집권 4년 동안 중국 대륙과 대만의 양안관계는 상호 위상이 급변하고 통합력이 한층 커졌다. 우선, ‘부자 동생’ 대만과 ‘가난한 형’ 대륙의 위상이 뒤바뀌었다. 중국 대륙은 ‘세계의 공장’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시장’ 몫까지 담당하면서 세계의 돈과 사람을 몽땅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됐다. 대륙의 이런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지역이 바로 대만이다. 대륙의 최대 투자자가 다름 아닌 대만 자본이며, 대만 수출의 47%가 대륙을 파트너로 삼고 있다. 상하이에는 대만의 귀부인들을 위한 쇼핑센터가 번창하고, 남부의 선전에는 대만 아이들을 위한 국제학교가 번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진당은 4년 전과 달리 진짜 독립을 의미하는 ‘대만독립론’을 내세워 재집권에 도전했다. 과연 대만 독립은 현실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인가. 한층 통합이 진전된 상태에서 대만경제는 대륙과의 완전한 단절을 감내할 수 있을까.
총통선거와 함께 실시된 국민투표의 ‘국방강화안’과 ‘대등담판안’은 부결됐다. 이는 대만 국민이 중국과의 단절이나 정면대립을 원하지 않고 있음을 실증한 것이다. 대만 국민이 이렇듯 현실적 안목을 지녔음에도 천 총통의 재집권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최근 젊은 대만인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그들은 유사시 미국이 대만을 구해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또한 대다수 대만인은 대륙이 몇 개의 대만령 섬을 침공할지는 몰라도 결코 본격적인 전쟁을 일으키지는 않으리라고 확신하는 것 같다.
결국 대만인들은 이런 몇 가지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스스로 가정하고 비(非)현실적인 ‘대만독립’의 방향을 아예 반(反)현실적인 것으로 급선회시켰다. 4년 전 민진당의 대만독립 구호가 장기집권 종식이라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출발했다면 지금의 대만독립론은 더욱 긴밀해진 양안관계를 무시하고 억지로 현실로부터 국민의 눈을 떼어 놓은 셈이다.
천 총통이 이제부터라도 현실중시형 화합형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면 대만의 자본은 ‘탈(脫)대만’을 훨씬 가속화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최근 동아시아 4룡(龍)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경기침체 현상이 대만에서 한결 두드러지게 될 전망이다. 경제상황 악화가 대만의 국론분열을 한층 심화시킬 것은 자명하다.
▼동아시아 경제 악영향 우려 ▼
나아가 천 총통의 재집권이 양안의 무력 도발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아도, 양안간의 긴장도는 높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동아시아의 경제통합 움직임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총통 당선 확정 이후까지 계속되고 있는 대만의 정국 혼란은 현실을 무시한 선거캠페인이 어떤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불행히도 대만의 혼란과 침체는 우리에게 단순히 반면교사의 교훈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경제에 직간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에, 더욱 우울한 마음으로 그 추이를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양필승 건국대 교수·중국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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