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들은 어른들의 잔소리 속에 살아간다. 지각하지 마라, 말 좀 곱게 해라, 게임 그만해라, 잠 좀 그만 자라 등등.
그러나 싫은 소리를 늘어놓기 전에 한번 생각해 보자. 생활의 망가진 모습은 깊은 마음의 상처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드러난 증상만 고치려고 드는 성급한 대증요법(對症療法)은 회복을 더디게 한다. 마찬가지로 사소한 일 때문에 벌이는 아이와의 줄다리기는 십대의 섬세한 가슴만 곪게 만들 뿐이다. 나아가 훈계보다는 아이 스스로 문제를 드러내고 치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기를 잡아주기보다는 잡는 방법을 가르쳐라. 이 말은 학생 상담에서도 진리다.
이 점에서 ‘사라’는 청소년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주인공 사라는 강한 자의식과 불만으로 가득 찬 전형적인 십대 소녀다. 어느 날 그녀는 말하는 부엉이 ‘솔로몬’을 만난다. 사라에게 고민이 있으면 솔로몬은 언제 어디서든 나타나 삶을 유쾌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지혜를 가르쳐 준다.
부엉이 솔로몬의 지혜는 간단하다. 세상살이란 거울과 같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처럼, 밝고 건강한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찌푸린 얼굴을 펴고 행복한 표정을 짓기 마련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괴롭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다니면 주변은 어느덧 상처 입은 영혼들로 채워지고 삶은 고난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나아가 자신이 처한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늘 행복하게 삶을 가꿀 수 있는 방법도 가르쳐 준다. 늘 감사하라. 그리고 나쁜 감정에 집중하지 말고 즐거운 생각을 함으로써 ‘행복의 수도꼭지’를 열어 놓아라. 순간순간을 행복한 생각으로 가득 채워 생활 전체를 밝게 바꾸는 것, 바로 솔로몬이 제시하는 ‘행복의 마법’들이다.
사라는 이러한 마법들을 일상의 여러 모습을 비추어 가며 구체적으로 가르쳐 준다. 골칫거리인 동생, 남을 괴롭히는 친구들, 고집불통의 어른들과 부딪치며 겪는 사라의 갈등은 십대라면 누구에게나 공감될 법한 내용들이다.
읽다 보면 아이들은 사라와 자신을 은연중에 동일시하게 된다. 원론과 실천 매뉴얼이 교묘하게 섞여 있는 셈이다. 그만큼 솔로몬의 교훈이 현실에서 실현될 가능성도 크다 하겠다.
‘말하는 올빼미’가 등장하는 ‘마법 소설’이긴 하지만 ‘해리 포터’ 시리즈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그러나 훨씬 더 유익하다. 잿빛 일상을 장밋빛으로 바꿀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새롭고 낯선 환경,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많은 3월이다. 주변에 찌푸린 얼굴을 한 십대 청소년이 있다면 딱딱한 훈계를 던지기 전에 ‘사라’를 권해보는 것은 어떨는지.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학교 도서관 총괄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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