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특수를 맞아 나 홀로 호황을 누리는 여론조사기관들은 요즘 조금 색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아무리 정밀하게 조사를 해도 과거 총선 패턴과는 너무 다른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선거는 접전을 벌여야 제 맛인데 특정 정당의 압승, 그것도 격차가 매우 커서 뒤집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대승(大勝)이 여론조사 때마다 나오는 결과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는 게 20년을 여론조사에 바친 어느 전문가의 고백이다. 이런 극단적 쏠림현상이 표심으로 나타날 것인가는 더욱 아리송하다.
▷제헌국회 이래 현재까지 16번의 총선에서 다수당의 득표율이 40%를 넘은 적은 딱 네 번 있었다. 1973년 이후에는 다수당 득표율은 줄곧 40%를 밑돌았다. 이것은 3당 경쟁체제에서 특정 정당이 아무리 싹쓸이를 한다고 해도 40% 득표율을 넘기기는 여간해서 힘들다는 말이다. 그런데 ‘탄풍’이 가라앉지 않는 한 17대 총선에서는 아무래도 이 불문율이 깨질 것 같다.
▷40% 마지노선이 깨질 것인가의 여부는 ‘탄풍’을 누그러뜨릴 맞바람이 과연 불 것인가에 달려 있다. 한나라당은 천막당사로 이전해 열린우리당의 ‘동냥 바람’ 전략에 합류했는데, 이것만으로는 역부족이어서 박근혜 대표의 취임이 ‘신풍(神風)’이라도 일으켜 주기를 목이 타게 고대하고 있는 판이다. 반면 여당은 ‘탄풍’ 불씨를 계속 지펴야 할 상황이다. 총선 정국에서 하루는 여삼추(如三秋)이므로, 남은 18일 동안 무슨 바람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송호근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교수·사회학
hknsong@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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