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115>卷三. 覇王의 길

  • 입력 2004년 4월 1일 18시 49분


覇上의 眞人⑤

그때 다시 초군(楚軍)쪽에서 쇠테 두른 수레바퀴 소리와 함께 싸움수레[전차] 한 대가 달려 나왔다. 등공(藤公)이 된 하후영(夏侯纓)이 직접 모는 수레였다.

“내가 적의 선두를 갈기갈기 찢어놓겠소!”

창수(槍手) 둘만 좌우에 태운 하후영이 빠르게 수레를 몰아 적진으로 돌진하면서 그렇게 소리쳤다. 곡우(曲遇)의 싸움에서 진나라 장수 양웅(楊雄)을 몰아대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그때 하후영은 홀로 68명을 사로잡고 850명에게서 항복을 받아냈다.

“나도 간다!”

주발이 안장에 활을 걸고 창을 꼬나들며 말 배를 찼다. 역시 상갓집을 돌며 피리를 불던 옛 모습은 이미 어디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 주발까지 말을 몰아 달려 나가자 다른 장수들도 참지 못했다. 저마다 병장기를 꼬나들며 적진으로 내달을 기세들이었다. 패공이 팔을 휘둘러 장수들을 말리고 장량을 돌아보며 물었다.

“이래도 되는가?”

“예, 됩니다. 다만 이제부터 장수들은 단기(單騎)로 달려 나가지 말고 각기 이끄는 군사들과 함께 나가게 하십시오. 이번에는 계략이고 진법(陣法)이고 할 것 없이 기세로 밀어붙이면 될 듯합니다.”

장량이 미소와 함께 그렇게 대꾸하더니 패공을 대신해 여러 장수들에게 명을 내렸다.

“장군들은 각기 이끄는 군사들과 한 덩이가 되어 적진을 뚫고 나갔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하시오. 반드시 적을 쳐부술 필요는 없소. 머리와 꼬리가 서로를 돌볼 수 없도록 적을 갈라놓기만 하면 되오. 그러면 다음 일은 다시 패공께서 군령으로 일러주실 것이오.”

그러자 남은 장수들이 각기 이끌던 군사들과 더불어 함성을 올리며 한꺼번에 적진으로 밀고 들었다. 공을 다투어 내닫는 것이라 그 기세가 여간 날카롭지 않았다.

그때는 이미 관영이 번개 같은 창 솜씨로 주괴를 찔러 말에서 떨어뜨리고, 주발이 한영을 덮쳐 한창 몰아댈 때였다. 손이 남아돌게 된 관영이 때마침 당도한 하후영의 싸움수레와 함께 적진 속으로 뛰어들었다. 패상을 지키던 진나라 장수가 그들을 가로막으려 하는데 갑작스러운 함성과 함께 초나라 장졸들이 한 덩이가 되어 사태 지듯 밀려왔다.

억지로 머릿수를 늘리고 기세를 돋운다고 돋우었으나, 진나라 군사들은 이미 망해 가는 나라의, 져서 쫓기는데 익숙해진 군사들이었다. 그때까지는 서로 기운을 북돋아 가며 버티었으나 초나라 장졸이 한 덩어리가 되어 매섭게 파고들자 이내 흔들렸다. 마주쳐 나가 싸우기보다는 움츠러들어 지키려고만 했다.

초나라의 장졸들은 그런 진군 사이를 거침없이 쪼개고 나갔다가 다시 저희 본진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진나라 군사들은 오른쪽과 왼쪽, 앞과 뒤가 서로 돌볼 수 없게 토막이 나고 말았다. 멀리서 그런 진나라 진세를 차갑게 살피고 있던 장량이 패공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패공, 지금입니다. 전군을 들어 적을 들이치도록 하십시오. 중군(中軍)도 도필리(刀筆吏)와 잡일꾼만 남기고 모두 내보내야 합니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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