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대로 보고 제대로 찍자

  • 입력 2004년 4월 1일 18시 49분


17대 총선 선거운동이 오늘부터 시작된다.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담화를 통해 “이번 총선을 역사상 가장 깨끗한 공명선거로 관리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국의 노력만으로는 다짐이 지켜질 수 없다.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지를 후보, 정당관계자, 유권자들이 행동으로 실천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한다. 거짓과 타락 선동으로 표 모으기에만 급급한 후보나 국회의원으로서의 인품과 경륜 자질이 부족한 부적격 후보를 가려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선거는 훌륭한 사람을 찾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격 없는 사람을 퇴출시키는 선별과정이다.

어제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을 마친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국회의원감이 안 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세금을 한 푼도 안냈거나 병역 문제가 석연치 않은 인사도 적지 않다. 횡령 공갈 등 파렴치한 전과를 가진 경우까지 있다. 능력이 의문시되는 인사도 한두 명이 아니다.

우려되는 것은 탄핵정국이라는 상황 속에서 과연 이런 부적격자들을 제대로 가려낼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탄핵 찬성’ ‘탄핵 반대’의 분위기에 휩쓸려 투표를 하게 되면 인물과 정책 대결이라는 총선 본연의 의미가 흐려질 수밖에 없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이 같은 쏠림현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감정에 치우친 투표행위는 대의(代議)민주주의를 왜곡시키고 그에 따른 피해는 결국 유권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좋은 물건을 사려면 제품을 꼼꼼히 살펴야 하듯 좋은 후보를 고르려면 신상정보를 소상하게 뜯어봐야 한다. 그래서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찾는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하다. 유권자가 눈을 부릅떠야 나라도 정치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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