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11시 인천 강화도 마니산 정상에 선 태극 여전사 25명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전날 내린 비 때문인지 산 정상에 부는 바람은 차가웠지만 오는 18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아테네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전을 앞둔 이들은 시종 밝고 즐거운 표정이었다.
이날 마니산 산행은 최추경 대표팀 감독(54)이 지난달 28일 파주 NFC(축구국가대표팀 훈련센터)에서 마지막 3차훈련에 참가할 최종 엔트리 25명을 확정한 뒤 새롭게 각오를 다지기 위해 마련했다.
최 감독은 산에 오르기에 앞서 선수들에게 “마니산은 예로부터 신령한 기운이 있는 영산이다.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시아에 할당된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은 2장.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5위인 한국은 같은 B조에 속한 세계 4강의 중국을 반드시 넘어야 본선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 감독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한 수 위인 중국을 넘기 위해 정신력과 체력 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86년생으로 팀의 ‘막내’인 차연희(여주대) 박은정(예성고) 박은선(위례고)과 85년생인 이장미(영진대)는 차세대 기수들. 이들은 “한 발짝 더 뛴다는 각오로 플레이하겠다(차연희)” “중국전에서 최소한 한 골은 넣겠다(박은정)” “태극 마크에 부끄럽지 않게 매순간 최선을 다하겠다(박은선)”고 다짐했다.
노장들의 마음가짐도 진지하다. 주장을 맡고 있는 여자축구 1세대 진숙희(26)는 “축구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라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고 대회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2시간 남짓한 산행을 끝낸 후 먹은 점심식사 메뉴는 민물장어 구이. 밥상 앞의 선수들은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다.
노련미의 노장들과 개성 강한 신세대 선수들이 만들어 내는 조화가 아름답기만 한 여자축구대표팀. 이들의 눈빛에서 올림픽 티켓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읽는다.
강화도=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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