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라크 차례인가. 팔루자 주민들이 미국인들의 시신을 훼손해 미국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었다. 후세인 동상 모욕과 미국인 시신 훼손 사이에는 1년의 시차가 있다. 게다가 팔루자는 반미 저항 공격의 중심지다. 이라크 저항세력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서는 방식으로 이라크가 아직 점령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려 했는지 모른다. 그렇더라도 시신을 ‘도살된 양처럼’ 다룬 것은 용서받기 어려운 만행이다.
▷테러에 대한 대응은 두 가지다. 굴복하거나 맞서 싸우는 것이다. 총선 직전 벌어진 테러로 정권이 바뀌고 이라크에서 군대를 철수하기로 한 스페인은 전자다. 9·11테러가 발생하자 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미국은 테러와 맞서 싸우는 중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가 아직도 불타고 있으니 맞서 싸우는 것이 테러를 없애는 지름길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테러에 굴복하는 것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함께 싸우지 않는 비겁한 행동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으니 스페인이 옳다고 할 수도 없다.
▷미국인들은 1993년 소말리아에서 겪은 비극 때문에 ‘팔루자 쇼크’가 더욱 끔찍하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이 지적했듯이 미국인들에게 소말리아라는 나라 이름은 ‘미군 시신이 폭도에 의해 거리에서 끌려 다니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끌려 다니는 미군의 시신을 본 미국인들은 경악했고 여론은 정부를 움직여 미군을 소말리아에서 철수하게 했다. 팔루자 폭도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무엇일까. 받아칠까, 물러설까. 이래저래 지구촌의 평화는 아직은 꿈인 것 같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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