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총리의 말은 가계와 기업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 경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느낌을 준다. 정부가 몇 가지 긍정적인 통계수치만 들이대며 낙관론을 펴는 것은 정부 자체와 시장의 경각심을 둔화시키지 않을까 걱정된다.
3월 소비자물가는 1% 올랐다. 한 달 기준으로는 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는 1.6%나 뛰었다. 실업률은, 통계에서 빠져 버리는 구직(求職) 포기자가 늘면서 심각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지 오래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대응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운 구렁텅이에 빠질 우려가 크다. 특히 단기 안정대책과 중장기 체질 개선책을 주도해야 할 정부는 조금이라고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그런 가운데 이 부총리는 브리핑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에 포함된 ‘경제실정(失政)’과 관련해 “경제정책의 결과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지난해 경제침체는 현 정부의 책임도 아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탄핵 사유의 정당성 여부는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일로서, 경제부총리가 피소추인인 대통령을 대변하는 듯한 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대행 정부’의 경제책임자가 정치적 중립을 어기는 분위기를 주도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도 잘못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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