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친척 결혼식에 10만4847원, 친구 결혼식에 4만7057원, 직장 동료 결혼식에 3만4910원을 축의금으로 냈다. 이 정도의 지출에도 조사 대상자의 86%가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결혼 당사자나 부모가 받은 축의금 총액은 1000만원 미만이 48%였다. 5000만원 이상도 있었지만 100명에 1명꼴이었다.
▷2000년 12월 외할아버지 이규동씨에게서 167억원 상당의 채권을 받으면서 증여세 73억여원을 포탈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씨의 법정 진술이 화제다. 그는 167억원은 자신의 결혼 축의금 17억3000만원 등 20억원을 외할아버지가 불린 돈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의 상위 1%가 받는 축의금의 30여배를 받았다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축의금으로 17억원을 받았다는 해명이나 20억원을 167억원으로 불렸다는 주장이나 모두 ‘소설’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기소 내용대로 재용씨가 받은 돈이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었다면 국민으로선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재용씨의 주장이 사실이라 해도 기가 막히기는 마찬가지다. 30명이 16억원을 냈으면 1인당 5000만원 넘게 냈다는 계산인데, ‘그들의 세상’에서는 액수에 ‘0’이 7개 붙지 않으면 안 된다는 ‘금기’라도 있었나 보다. 더구나 재용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증여 시점은 결혼식이 있었던 1987년 12월이 된다. 처벌하고 세금을 추징할 수 있는 시효가 이미 지난 것이다. 땀 흘려 일하고 성실하게 세금 낸 국민이 허탈하지 않게 제발 ‘소설’이었으면 싶다.
천광암 논설위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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