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연구생들, 바늘구멍 프로입단 과외 받아서라도…

  • 입력 2004년 4월 11일 17시 26분


한국기원 연구생인 K모군(16)은 최근 매주 두 번씩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양재호 9단 바둑 교실을 찾는다. 평소 다니는 도봉구 우이동 허장회 8단의 도장에서 1시간 반 동안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 곳에 온다.

그는 17일부터 열리는 입단 대회에 대비해 이곳 바둑교실의 프로기사에게 실전 훈련을 받는다. 이른바 원 포인트 레슨으로 하루 2판정도 둔다. 보통 대회 한 달 전부터 레슨을 받지만 여유 있는 집의 연구생들은 1년 내내 받기도 한다.

레슨비 지불 방식은 독특하다. 호선으로 둬 지도하는 프로 기사를 이기면 한 푼도 주지 않아도 된다. 지면 20만원을 레슨비로 준다. 프로기사의 승률은 50% 가량.

김승준 8단은 “프로기사와 맞붙어 승률 50%를 기록하지 못하는 연구생은 입단하기 힘들다. 그만큼 연구생들의 실력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프로기사도 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연구생 실력을 인정해주는 분위기인 것이다. 김성룡 7단은 “실력 랭킹 10∼50위 정도의 프로기사와의 대국은 대부분 원 포인트 레슨”이라고 말했다.

프로기사들도 짜릿한 승부를 할 수 있는데다 부수입까지 생기기 때문에 ‘레슨’을 마다하지 않는다.

김 7단은 “국내 기전 예선 대국료가 15∼2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정 수준의 레슨비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프로기사 입단대회는 매년 세 차례 열려 2명씩 6명을 뽑는다. 그 외 연구생 리그에서 1위를 차지하면 자동 입단한다. 한국기원 연구생 중 입단 실력을 갖춘 사람은 30명 선. 매년 7명씩 입단하지만, 입단을 위해 10년 가까이 공부하므로 입단에 실패하면 대학 입시에 떨어지는 것보다 더 큰 좌절을 느낀다고 한다. 입단을 앞둔 연구생들의 월 레슨비는 150만∼200만원에 이른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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