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의 이기는 야구
시즌 초 프로야구의 화두는 단연 양상문이다. LG를 만나 1무2패로 주춤하긴 했지만 개막전 패배 후 4연승을 달려 8일에는 팀을 14년 만에 단독 선두에 올려놨다.
투수 출신인 양 감독은 투타에서 이율배반적인 운영을 한다. 마운드는 데이터 야구다. 선발은 5명으로 돌리지만 마무리 손민한이 부상 중인 불펜은 장터를 연상시킨다. 어느새 가득염이 6경기, 노승욱 임경완 장원준은 5경기에 등판했다.
반면 타선은 오른손 박연수와 왼손 김대익을 빼곤 8명이 불변이다. 대타보다는 상대 투수의 공에 눈이 익은 선발타자의 안타 확률이 높다는 이유다. 그러나 10개의 희생타가 말해주듯 공 하나하나에 작전이 들어간다.
양 감독은 이를 ‘이기는 야구’라고 명명했다. 다소 재미는 없어도 3년 연속 꼴찌로 선수단에 팽배해 있는 패배의식을 날려버릴 때까지는 팬들에게 참고 기다려 달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이순철의 카리스마 야구
하일성 KBS해설위원은 개막 직전 LG를 우승 후보로 지목했다. 이는 이병규 김재현 김상현 등 부상 선수의 복귀 외에도 이순철 감독의 카리스마를 높이 평가한 때문이었다.
‘기타 파동’을 일으켰던 이상훈을 전력에서 제외시킨 이 감독은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LG 선수단을 장악하는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LG 선수들은 롯데와의 11일 경기에서 끝내기 득점을 올린 유지현과 12일 끝내기 홈런을 친 박용택을 얼싸안고 그라운드를 뒹구는 승리 세리머니로 확연히 바뀐 팀 분위기를 보여줬다.
어떨 때는 선발 투수의 공을 매몰차게 빼앗다가도 난타를 당하고 있는 마무리 진필중은 끝까지 세워놓는 뚝심을 발휘했다.
▽김경문의 믿음의 야구
앞의 두 감독은 시즌 초 다소 무리를 하고 있는 게 사실. 롯데와 LG가 상대적으로 투수 교체가 잦고 경기 시간도 오래 걸린 게 이를 증명한다.
이에 비해 김 감독은 김인식 전 감독을 능가하는 믿음의 야구를 펼치고 있다. 8경기에서 희생타가 1개도 없는 것은 진기록. 타선도 거의 붙박이다. 아무래도 전력이 떨어지는 탓에 선발투수가 오래 버티진 못하지만 불펜 투수에게도 스케줄을 조정하며 휴식 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