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을 기억하게 하는 문자메시지의 파도가 대한민국의 숨통을 틔울 수 있도록 합시다! 귀찮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독립운동 귀찮다고 안 하실 겁니까!”(국민의 힘, ‘실천합시다’ 중)
“공화국의 한 시민이 묻는다. 그대(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간악한 친일 반민족 네트워크의 프리메이슨이 아님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고. 그대들이 노무현의 피 값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서프라이즈, 주요 칼럼 중)
요즘 ‘친노(親盧)’ 단체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지금 대한민국이 선거를 치르고 있는 것인지, 내전(內戰)을 벌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린다. 운영자의 공지사항이나 대표 칼럼에서조차 섬뜩함이 느껴지는 ‘격문’들이 쉽게 눈에 띈다.
한나라당과 그 지지자를 처단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소름끼치는 독설을 퍼붓는 예는 이루 다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언론이나 검찰 법원 선거관리위원회 종교단체까지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타도해야 할 ‘적’으로 규정된다.
촛불시위에 등장했던 인터넷 가요 중에는 이런 대목도 있다. “우리는 알지 너희들이 그냥 죽지는 않으리란 걸…미국 놈들이 너희를 도와 주고 있을지도 모르지…촛불을 들어라 대한민국이여, 역적의 무리를 모두 쳐 내어라.”
한 정치평론가는 “이들 인터넷 사이트에 비친 이번 총선은 선거가 아니라 빼앗긴 주권을 되찾는 ‘독립운동’이며 기득권 질서를 뒤엎는 ‘혁명’이자 역적을 처단하는 ‘지하드(성전·聖戰)’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 권리다. 그러나 자유로운 표현의 전제는 나와 다른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열린 자세’다.
상대를 제거해야 할 적으로 치부하는 상황이라면 민주주의는 숨쉴 틈이 없다. 총선은 독립운동도 지하드도 아니다. 정책과 인물로 일꾼을 뽑는 선거일 뿐이다.
이 훈 정치부기자 dreamland@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