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열흘 전 베를린의 미군 단골 디스코텍에서 폭탄테러로 미군 2명이 사망한 것에 대한 응징이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나토는 폭격에 반대했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미 전폭기의 영공 통과를 불허했다. 그러나 지금의 이라크전쟁에서 그러했듯이, ‘카우걸’(영국)은 카우보이의 곁을 지켰다.
그리고 역시 이라크전쟁이 그러하듯이, 군사행동은 길들여지지 않는 야수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불과 2년 뒤, 카다피는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미국 팬암사 여객기를 폭파시킨 테러 배후로 지목된다.
리비아의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
그는 ‘중동의 미친 개’(로널드 레이건)인가, ‘위대한 형제 지도자’(넬슨 만델라)인가.
미국에 있어 카다피는 눈엣가시다. 세계 평화의 공적(公敵)이자 제거대상 1호다.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아랍의 자존심을 상징한다는 그의 독특한 카리스마는 ‘광적 우울증세’일 뿐이다. 무모하고 괴팍한 데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으니.
그러나 아랍권에선 혁명의 영웅이요, 이슬람민족주의의 기수다. 1969년 군사 쿠데타로 왕정을 무너뜨렸고 집권하자마자 열강의 식민 잔재를 일소(一掃)했다.
리비아 내 미국과 영국기지를 철수시키고 모든 외국인 소유의 석유자산을 국유화했다. 여성을 해방시켰다. 그들의 차도르를 벗기고 일부다처제의 악습을 폐지했다. 사막을 일군 ‘녹색혁명’도 그의 작품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 혁명과 테러의 ‘수출’에 나서 국제사회의 악명을 쌓아간다.
그런 그가 지난해 말 대량살상무기(WMD) 개발계획을 폐기하겠다고 전격 발표했으니!
이 ‘사막의 늑대’는 아예 세계화의 ‘양(羊)’을 자처하고 나섰다. “민족주의의 단계는 지나고 지금은 세계화 시대다.”
그리고 그는 수수께끼 같은 미소를 흘렸다. “미국과 한 참호에서 공동의 적과 싸우고 있는 우리 자신을 발견하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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