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겉치레 ‘相生 정치’는 안 된다

  • 입력 2004년 4월 16일 18시 43분


총선이 끝나자마자 여야 대표가 상생(相生)과 공존의 정치를 강조하며 대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싸우지 않는 정치를 실현하겠다”며 여야 대표 회담을 제의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상호 존중과 협력, 건설적 비판이란 대여(對與) 관계의 큰 틀을 제시하면서 “필요하다면 열린우리당 당사라도 찾아 가겠다”고 말했다.

양강(兩强) 구도가 정착된 이번 총선 결과는 ‘상쟁(相爭)의 정치’에서 벗어나 서로 협조하면서 나라살림을 함께 살피라는 준엄한 민의(民意)의 표출이다. 국민이 열린우리당에 과반 의석을 주면서도 ‘거여(巨與)’가 되지 않도록 한 것이나, 한나라당에 개헌저지선을 약간 웃도는 의석을 준 것은 바로 그런 뜻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상생을 다짐하고 돌아서면 그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는 수사(修辭)만의 상생이 돼서는 안 된다. 싸우지 말고 잘해 보자는 식의 겉치레 상생이 아니라 알맹이가 있는 생산적인 상생이 돼야 한다. 그러자면 정책으로 경쟁하고 상호 설득으로 타협하되 그 중심가치는 어디까지나 국익(國益)과 공익(公益)이어야 한다. 당리당략(黨利黨略)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결코 진정한 상생 정치가 이루어질 수 없다.

상대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여당이 탄핵안에 대한 정치적 해결론을 여야 대표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만나기 전에 일방의 입장을 강요한다면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여야 대표는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는 게 옳다. 지금 우리 앞에는 이라크 파병, 북핵, 경제살리기 등 촌각을 다퉈 해법을 모색해야 할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다. 총선에서 드러난 이념, 세대, 지역갈등의 골을 메워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이번 여야 대표 회담은 적어도 과거와 같은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다툼의 정치, 정파의 이익만 좇는 ‘협량의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대(對)국민 선언’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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