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兩强) 구도가 정착된 이번 총선 결과는 ‘상쟁(相爭)의 정치’에서 벗어나 서로 협조하면서 나라살림을 함께 살피라는 준엄한 민의(民意)의 표출이다. 국민이 열린우리당에 과반 의석을 주면서도 ‘거여(巨與)’가 되지 않도록 한 것이나, 한나라당에 개헌저지선을 약간 웃도는 의석을 준 것은 바로 그런 뜻이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상생을 다짐하고 돌아서면 그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어 버리는 수사(修辭)만의 상생이 돼서는 안 된다. 싸우지 말고 잘해 보자는 식의 겉치레 상생이 아니라 알맹이가 있는 생산적인 상생이 돼야 한다. 그러자면 정책으로 경쟁하고 상호 설득으로 타협하되 그 중심가치는 어디까지나 국익(國益)과 공익(公益)이어야 한다. 당리당략(黨利黨略)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결코 진정한 상생 정치가 이루어질 수 없다.
상대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여당이 탄핵안에 대한 정치적 해결론을 여야 대표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만나기 전에 일방의 입장을 강요한다면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여야 대표는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는 게 옳다. 지금 우리 앞에는 이라크 파병, 북핵, 경제살리기 등 촌각을 다퉈 해법을 모색해야 할 국정 현안이 산적해 있다. 총선에서 드러난 이념, 세대, 지역갈등의 골을 메워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이번 여야 대표 회담은 적어도 과거와 같은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다툼의 정치, 정파의 이익만 좇는 ‘협량의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대(對)국민 선언’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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