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것’을 좋아하는 청소년은 장래 무슨 직업을 가지면 좋을까.
야한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스스로 ‘나쁜 아이’라고 단정 지을 필요는 없다. 열세 살의 나이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오히려 이런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민감하거나 상상력이 풍부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신경정신과 의사, 임상심리사와 같은 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일 수도 있고, 작가 화가 디자이너 무용가 등 예술분야에 적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싸움’밖에 잘하는 게 없는 아이는? 격투기 선수나 경호원 스턴트맨 등 몸으로 하는 직업도 좋지만, 물건과 서비스를 파는 일에 싸움의 에너지를 발산한다면 우수한 영업자나 경영자로 성공할 수도 있다. 또한 사회악이나 불과 싸우는 경찰관, 소방관으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자신의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다양한 직업과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서다. 소설가이자 영화감독, 공연기획 연출가, 스포츠 리포터, TV토크쇼 사회자, 라디오 DJ, 화가, 사진작가, 요리평론가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는 일본 대중문화의 선두주자답게 저자는 500여종의 다채로운 직업의 매력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저자는 “세상엔 두 가지 종류의 사람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즉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의 양식을 얻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한 번밖에 없는 인생, 미치도록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는 열세 살의 나이부터 직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열세 살은 어른으로 들어서는 입구이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호기심’에 주목하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하고, 어디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가. 저자는 이러한 호기심의 대상에 연관되는 다양한 직업의 세계로 안내한다.
땅 위에서 사람과 나뭇가지의 그림자가 흔들리는 것을 봤을 때 나도 모르게 마음을 빼앗겨 버리는 친구는 어떤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 좋을까? 저자는 ‘영화’ 관련 일을 추천한다. 또한 친구들에게 “너는 정말 이상하구나”하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연예인 사진을 극성스럽게 모으는 학생이라면? 학예연구원, 도서관 사서, 미술품 감정사, 보석 감정사, 앤티크 숍 운영 등의 일이 좋다. 게임에 지게 되면 잠을 못 잘 정도로 승부에 집착하는 청소년이라면? 카지노 딜러, 외환딜러, 경마 예상전문가를 꿈꿔볼 만하다.
이 책에는 전통적 직업뿐 아니라 21세기에 새롭게 떠오르는 애니멀 세러피스트(동물치료사),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암호작성자, 리스크 매니저 등 신흥 유망직업들도 상세히 소개한다. 또한 한국어판을 내면서 황우석(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황주리(화가), 엄홍길(산악인), 박준형씨(개그맨) 등 10명이 쓴 삶과 직업에 대한 에세이도 함께 실었다.
저자는 “청소년기의 호기심이 단순히 어른들에 의해 ‘쓸데없는 짓’으로 치부돼 억눌릴 경우, 그 아이는 세계를 알고자 하는 에너지도 함께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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