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번째 샷을 하기 위해 페이웨이 오른쪽 러프 위에 선 전설안(23)은 바람을 체크하기 위해 잔디를 뜯어 하늘로 날려 보냈다. 잔디는 공중에서 바로 흩어져 버렸다. 강풍. 맞바람 같기도 했고 옆바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이언 대신 5번 우드를 꺼내든 전설안은 힘찬 스윙을 했으나 볼은 그린을 훨씬 오버해 TV 중계탑 뒤쪽 언덕 너머로 떨어져 버렸다. 통한의 미스샷을 한 전설안은 패배를 직감한 듯 고개를 무릎까지 떨어뜨렸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3번 아이언으론 짧을 것 같아 5번 우드를 잡았는데 바람을 분간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반면 크리스티 커(미국)는 그린 옆 프린지에 볼을 안착시켜 파세이브는 무난한 상황.
흔들린 전설안은 3번째 샷을 미스해 다시 러프에 볼을 빠뜨렸고 4번째 샷도 그린에 올리긴 했으나 홀을 훨씬 지나가 버렸다.
1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C(파72)에서 열린 다케후지클래식(총상금 110만달러) 최종라운드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LPGA 사상 두 번째로 긴 연장전 끝에 나온 힘든 승부였다. 강한 바람이 부는 데다 간간이 비까지 흩뿌린 궂은 날씨 속에서 열린 최종 3라운드에서 둘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접전을 펼쳤다.
12번홀까지 상승세의 커가 11언더파로, 7언더파의 전설안을 4타차로 앞설 때까지만 해도 커의 우승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커가 13번홀부터 3홀 연속 보기로 흔들리는 사이 전설안은 13번홀 버디에 이어 2홀을 파세이브해 단번에 8언더파로 공동선두.
전설안은 16번홀에서 보기를 했으나 18번홀에서 커가 쇼트퍼트 미스로 보기를 하는 바람에 7언더파 209타의 동타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둘은 연장전에서 번갈아 아깝게 버디퍼트를 놓치며 6홀 연속 파 행진으로 팽팽한 승부를 펼쳤으나 연장 7번째 홀에서 전설안의 실수로 커에게 우승이 돌아갔다. LPGA 최장 연장전(10개홀·1972년)에 3홀 모자란 사투였다.
준우승을 차지한 전설안은 아쉬운 표정 속에서도 “아주 재미있었다. 커는 TV로 많이 보던 선수인데 같이 플레이하게 돼 흥분됐다. 배울 게 많은 선수였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출신 전설안은 경희대를 중퇴한 뒤 2002년부터 LPGA 2부투어인 퓨처스 투어에서 뛰며 기량을 가다듬은 유망주로 올 시즌 송아리(빈폴골프), 안시현(코오롱엘로드)과 함께 신인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케후지 클래식 최종순위 | |||
순위 | 선수 | 파 | 스코어 |
①* | 크리스티 커 | -7 | 209(69-67-73) |
② | 전설안 | -7 | 209(70-70-69) |
③ | 박희정 | -6 | 210(71-72-67) |
④ | 김미현 | -5 | 211(71-70-70) |
⑧ | 박인비 | -2 | 214(71-72-71) |
⑪ | 안시현 | -1 | 215(75-70-70) |
강수연 | -1 | 215(73-70-72) | |
⑮ | 박지은 | E | 216(72-70-74) |
이정연 | E | 216(73-71-72) | |
○20 | 송아리 | +1 | 217(74-69-74) |
*표는 플레이오프 승자 |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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