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운영하는 데도 물갈이는 중요하다. 업무의 연속성을 위해서는 기존 직원의 역할이, 조직의 활력을 위해서는 새 사람이 필요하다. 그 둘 사이의 적절한 배합에서 조직의 효율이 결정된다. 선수 교체는 팀플레이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 포인트다. 벤치에서 힘을 비축한 선수가 제때 투입돼 팀 전체를 살린 예를 우리는 알고 있다. 전쟁터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원병의 규모나 지원 시기를 잘못 계산하면 전투도, 전쟁도 망하고 만다.
▷총선을 전후해 언론에 자주 등장한 단어가 ‘물갈이’다. 오죽하면 ‘물갈이총선연대’라는 단체가 생기고 대장금 노래인 ‘오나라’를 개사한 ‘물갈이송’이 다 나왔을까. ‘바꿔라 바꿔라 다 바꿔라/부패한 정치인 다 바꿔라/이번이 아니면 못 바꾸니/무능한 정치인 바꿔보세’로 나가는 물갈이송 덕분인지 299명 중에서 187명이 초선의원으로 구성됐다. 그중 신생 정당 소속 의원 수가 가장 많다. 이만하면 가히 물갈이다.
▷원래 있던 물보다 새 물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에서 유권자의 뜻을 읽을 수 있다. 그 정도의 비율이면 아무리 더러운 물도 2 대 1로 희석할 수 있는 분량이다. 그러나 있던 물의 3분의 1 정도는 그냥 놔둔 걸 보면 급격하게 변한 환경 속에서 국민이 갈팡질팡하지 않도록 배려한 것 같다. 단호함과 세심함이 절묘하게 섞인 민심이다. 문제는 새 물의 수질(水質)이다. 새 것은 확실한데, 먹어서 탈이 나지 않을지는 아직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라크 파병에서 탄핵문제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산적한 현안들이 곧 이에 대한 해답을 줄 것 같다.
박성희 객원논설위원·이화여대 교수·언론학
shpark1@ewha.ac.kr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