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악마와의 동침’…사우디와 미국의 석유 커넥션

  • 입력 2004년 4월 23일 17시 19분


◇악마와의 동침/로버트 베어 지음 곽인찬 옮김/327쪽 1만2000원 중심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제 석유 가격의 결정권을 쥔 세계 ‘석유 맹주’이자 미국의 가장 절친한 맹방 중 하나다. 그런데 전 세계를 경악으로 몰아넣은 9·11테러범 19명 가운데 15명의 국적이 바로 사우디였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된 한 보고서는 사우디 지배층이 10년 동안 알 카에다에 5억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공작원으로 21년간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에서 일해 온 저자는 사우디가 전 세계적인 재앙의 무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원인은 제목이 시사하듯 미국과 이 나라 사이의 ‘추악한 거래’에 있다.

미국이 사우디 왕족들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대가로 왕족은 미국의 전현직 관료들을 유무형의 커넥션에 개입시켜 왔다. 이 나라에 미군기지가 세워지자 사우디인들은 ‘신성 침해’를 용인한 왕족과 지배층에 분노를 품기 시작했다. 이를 무마하기 위해 지배층은 ‘무슬림 형제단’과 알 카에다 등의 테러조직에 뒷돈을 대주기 시작했다. 미국이 사우디에 지불하는 석유대금이 테러단에 천문학적 규모로 수혈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역대 미국 정보기관과 정부들은 탐욕의 노예가 되어 전략 핵심인 이 지역의 불안정을 방치해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학교에 불이 나자 ‘학생들이 몸을 충분히 가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구를 봉쇄해 젊은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의 인권 사각지대가 사우디라는 고발도 곁들여진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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