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삶의 첫머리에서 만난 ‘난해한 어른’은 다름 아닌 아버지였다. 아버지는 향락주의자였다. 맛있는 음식을 사랑했고 옷치장을 좋아했으며 춤추기와 여행, 도박을 즐겼고 여자 사랑하는 일에 평생 심혈을 기울였다. 지적 호기심도 왕성해 평생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아버지는 또한 박애주의자였다. 자기를 해친 사람에게까지 관대했던 ‘희귀종 선인(善人)’이었다. 도저히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성품을 한 몸에 지니고 숨을 다하는 날까지 사는 것 자체를 즐겼던 아버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 근원적인 존재였던 아버지를 되돌아보는 문학평론가 딸의 나이는 올해 71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삶을 되짚으며 저자가 자문하는 것은 포크송 가수 밥 딜런의 노래 한 구절 그대로다.
‘얼마나 더 많은 길을 걸어야 인간이 되나?’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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