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 장애의원이 국회에서 겪은 일

  • 입력 2004년 4월 23일 18시 46분


1급 중증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원내에 진출하게 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1번 장향숙씨가 엊그제 국회에서 겪은 고충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후진적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회가 최근 많은 돈을 들여 장애인용 시설을 보완했지만 막상 그가 수동 휠체어를 타고 국회에 들어서자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장애인 전용로가 있지만 경사가 급해 혼자 내려올 수 없었고, 본회의장 발언대도 단상 앞 계단 때문에 올라갈 수 없었다. 동료들의 도움 없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기 어려웠고, 문턱을 넘기조차 힘든 곳도 있었다. 집권여당의 전국구 1번이 이 같은 처지이니 우리 사회 145만 장애인이 각자의 생활 현장에서 매일매일 겪고 있는 불편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공공 시설물은 물론 대학, 놀이시설, 상가 등에도 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의 한 명문대학에서는 노벨상 수상자와 함께 장애인에게 건물에서 가장 가까운 주차공간을 제공하고 있을 정도다.

이제 더는 장애인 문제를 시혜나 동정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특히 장애인의 80%가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언젠가는 나 자신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비례대표와 지역구를 합쳐 모두 4명의 장애인이 원내에 진출하게 된 것을 계기로 장애인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와 권익보호가 획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장애인들이 최소한의 요구로 제시해온 자립생활 지원과 장애인 교육법 및 연금법 제정, ‘이동권’ 보장 등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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