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랏빚 눈덩이’ 무신경한 정부여당

  • 입력 2004년 4월 23일 18시 46분


지난해 국가채무가 사상 최대인 32조원이 증가해 지난해 말 현재 16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총생산(GDP)은 겨우 3.1% 늘었는데 나랏빚은 24%나 폭증해 국민 한 사람이 345만원씩 끌어안고 사는 상황이다. 2003년까지는 균형재정을 달성하고 국가채무도 감소세로 반전시키겠다던 4년 전 정부의 장담이 무색하다.

나랏빚 급증세는 지난해로 끝나지 않고 지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더 큰 걱정이다. 다른 요인을 다 빼더라도 회수하기 어려운 공적자금만으로 2006년 국가채무가 2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공식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결국 국가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는 각종 연기금과 공기업의 부실까지 감안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재정적자와 나랏빚은 한번 늘어나면 좀처럼 줄이기 어렵다. 우리처럼 대외의존도가 높고 고령화가 유례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나라가 일단 그 수렁에 빠지면 새로운 경제위기가 닥칠 때 재정이 힘을 쓸 수가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계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 GDP에 대한 국가채무 비율이 선진국보다 낮아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 수준과 경제성숙도가 크게 앞서는 선진국과의 단순 비교는 옳지 않다.

올해 예산을 집행한 지 넉 달 만에 경기부양용 추가경정예산을 들먹이는 여당 지도부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추경부터 기정사실화하고 돈 쓸 곳은 나중에 찾겠다는 식이라면 나라 곳간이 안전할 리가 없다. 경기부양용 추경이라니, 총선 전 “경기가 곧 회복될 것”이라던 경제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의 장담은 역시 선거용 분위기 띄우기였던가.

정부 여당은 돈 쓸 궁리부터 하기 전에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안정을 담보할 수 있는 재정건실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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