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행정부 통제력 약해져선 곤란▼
따라서 이번 개혁만큼은 반드시 성공하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하겠다. 혹여 의욕이 넘쳐 개혁이 졸속으로 흐르거나 미처 감안하지 못했던 이유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동반하는 것은 아닌지도 함께 점검해 보아야 한다.
국회개혁에서 가장 먼저 유의해야 할 과제 중의 하나는 개혁안이 의회민주주의의 철학적 원리와 부합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개혁은 행정부 개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생산성이나 경제성 제고를 위해 어떤 개혁 대안을 마련할 경우 그것이 대표성이나 표의 등가성을 해치는 것은 아닌지를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국회의원에게 보다 많은 정책개발비를 인센티브로 주고자 한다면 이는 입법과정의 능률성 제고를 위해 적실성 있는 제안이다. 그러나 이 경우 국회의원은 모두가 국민 대표성을 위임받는 만큼 동등하게 대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게 된다. 시민단체나 시민 개개인이 자신의 이해관계나 관점에 따라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하고 비판할 수는 있어도 국회가 자체 평가 시스템을 통해 어떤 획일적인 척도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평가한다면 이는 국회의원의 역할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설정한 결과다.
마찬가지 이치로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보다 세심한 진단을 필요로 한다. 이는 헌법 개정사항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려는 게 아니다. 이 두 특권은 국가권력으로부터 보통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의회민주주의가 마련해 둔 일종의 최후적 안전판이다. 특권이라기보다는 수단쯤에 해당되는 장치다. 이것이 무너질 경우 국가권력의 전횡을 의회 차원에서 통제하기는 어렵게 된다. 따라서 이 두 특권이 보장되지 않는 국회를 국민 대표기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개혁안이 어떤 권력구조를 상정하는 것인지를 분명히 하고 그와 상합하는지의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대통령중심제 하의 제도와 내각책임제 하의 것을 혼합할 경우 개혁의 성과가 반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간의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내각제 국가에서 흔히 목격되는 바와 같이 정당 소속 정책연구소를 강화할 경우 국가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당 대 정당의 대결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통령중심제 국가는 의회와 행정부의 상호 견제를 기본으로 한다는 점에서 정당의 정책기능 강화가 오히려 국회의 정책조율 능력, 나아가 대(對)행정부 통제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개혁안 전체가 일관된 논지에 따라 통일성 있게 정렬돼야 한다는 얘기다.
▼대의민주주의 한계 보완방법 찾길▼
단순히 전통적인 대의제도를 복원하는 것만으로는 오늘날의 정치적 수요를 모두 수용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적 한계에 대한 보완작업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 이 점에서 숙의민주주의나 결사체민주주의와 같은 참여민주주의를 대의 과정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를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참여민주주의를 도래케 한 정보사회의 시대적인 요구를 입법과정에 반영하기 위한 창의적이고도 실험적인 접근자세가 요청된다.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의회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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