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여러 가지로 사회에 해악을 끼친다. 미국의 50개 주는 “흡연자의 허파를 잘라내는 보건복지 비용에 주정부 예산이 지출된다”며 담배회사들에 소송을 걸어 엄청난 합의금을 받아냈다. 하지만 담배가 비흡연자에게 혜택을 주기도 한다. 흡연자는 비흡연자보다 7년 일찍 죽는다. 즉 흡연자가 낸 연금의 상당 부분은 비흡연자에게 돌아가는데, 사실은 이 돈이 훨씬 크다고 한다.
복잡한 수식과 그래프 때문에 골치 아프기만 한 경제학이 이처럼 세상사에 대해 통찰력을 주는 경우도 종종 있다.
건설교통부는 최근 중국과의 협상 끝에 중국 항공노선을 몇 개 더 확보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두 항공사에 나눠 줬다. 그러나 둘은 ‘건교부가 저쪽 편만 든다’며 툴툴거리더니 결국 아시아나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금까지 항공노선은 건교부 기준에 따라 배분돼 왔으나 매번 타당성 편파성에 대해 뒷말이 오갔다. 엄청난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기준을 만들고 결정하니 사업자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당국자에게 잘 보이려고 애쓴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간단한 해법을 제시한다. “항공노선은 ‘공급이 제한된 공공재’다. 주파수나 시립놀이동산의 운영권도 마찬가지다. 이런 자원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민간에 배분하는 방법으로 경매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항공노선을 경매하는 나라는 없다. 하지만 성격이 흡사한 주파수에 대해서는 미국 영국 등이 1993년부터 경매방식으로 배분했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다.
경매제에도 문제점이 있다.
첫째, 낙찰금액은 항공사들에 새로운 부담이며 결국 항공료에 전가된다. 둘째, 경매제 아래서 항공사들은 ‘노선의 경제적 가치’만 따지는 게 아니라, 경쟁자부터 죽이려는 ‘전략적 행동’을 할 수 있다. 둘 다 우리 항공사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킨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사전 차단하는 방법도 고안돼 있다. ‘베팅 칩’ 방식이다. 예를 들어 두 항공사에 3년간 경매에 쓸 수 있는 칩을 1000개씩 똑같이 나눠 주고, 이 칩으로만 베팅하도록 하는 것. 또 매출액 이윤 등을 기준으로 칩을 배분하는 새로운 제도를 디자인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은 거의 해소된다.(김종석 해양대 교수·경제학)
이렇게 할 경우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재량권을 잃는다는 것. 제도 도입에 제일 높은 장벽일 수 있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경제학자 제임스 뷰캐넌은 “관료나 입법자들이 좋은 정책을 마다하고 열악한 정책을 택할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이를 비난만 할 게 아니라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갈파했다.
마무리하자. 공공재 배분에서 정부의 자의성을 배제하는 방법도 있다.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허승호 사회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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