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오만과 몰디브 ‘악몽’에 이은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의 중도 사임. 한국 축구가 처한 현실에 선수들의 얼굴엔 비장감이 감돌았다.
25일 경기 파주 축구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 훈련. 28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남미의 강호’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을 위해 모인 선수들은 하나같이 “실망한 국민들을 위해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입을 모았다. 24일 K리그 경기를 치러 1시간10분 정도 가벼운 회복훈련만을 했지만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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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주장 유상철(요코하마 F 마리노스)은 “선수들 모두가 한국 축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모두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선수들의 정신상태가 해이해진 점도 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 꼭 이기겠다는 각오로 그라운드에 나가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상철과 같은 팀에서 뛰는 안정환도 “솔직히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부담이 크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 꼭 이겨야 하는데…. 하지만 선수들이 ‘잘해 보자’며 똘똘 뭉쳤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소년대표팀 출신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막내’ 박주영(고려대)은 “형들 얼굴을 보는 순간 분위기가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각오에 차있다. 나에게도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서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성화 감독 대행은 “선수들에게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자며 무엇보다 정신력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훈련이 끝난 뒤 경기장 가운데에 함께 모여 주장 유상철의 주재로 필승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사실 이번 대표팀은 대부분 ‘몰디브 악몽’의 현장에 있던 선수들로 구성됐다. 이번 기회를 통해 명예도 회복하고 자신감을 되찾으라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 설기현(안데를레흐트), 송종국(페예노르트), 이영표(PSV 아인트호벤) 등 유럽파는 26일 합류한다.
한편 유럽에서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PSV 아인트호벤)을 만나는 등 후임 감독 물색에 나선 가삼현 대한축구협회 국제국장이 이날 귀국했다. 협회는 기술위원회와의 상의를 거쳐 감독 인선 과정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다.
파주=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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