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오토바이를 탄다고 모두 폭주족은 아니다. 도심을 질주하는 대신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며 자연도 만끽하고 스피드와 사운드(마니아들은 ‘우렁찬’ 배기음을 사운드라고 부른다)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야마하 동호회’는 매달 주말 2차례 경기도와 강원도 일원 지방도로를 달리며 한 주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씻어낸다.
야마하 동호회는 이름이 말해주듯 야마하에서 생산된 오토바이(모터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의 모임. 배기량 600cc 이상에 출력도 100마력 이상 나가는 슈퍼스포츠 모터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이 뭉쳤다. 우람한 차체에 엎드리듯 타는 오토바이가 슈퍼스포츠 모터바이크. 흔히 레이싱용이란 뜻으로 알카(R Car), 엎드리듯한 자세 때문에 우스갯소리로 ‘수구리’라고도 한다.
야외로 투어를 나갈 때는 보통 핸들이 위로 올라서있는 크루저나 로드스터를 타지만 이들은 다르다. “크루저는 몸집만 크고 움직임이 둔해 재미없어요, 운동하려면 이게(슈퍼스포츠) 최고죠. 4∼5시간 투어가 끝나면 온몸이 욱신거려요.” 회원 김창모씨(30·인테리어업)는 이렇게 슈퍼스포츠 모터바이크 예찬론을 폈다.
이들이 주로 투어에 나서는 루트는 춘천∼홍천∼양구∼한계령 코스. 모터바이크를 즐긴 지 14년째인 유재택씨(36·회사원)는 춘천 가기 전 잣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볼 때마다 키가 자라 있어 기분이 좋아진다고.
회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게 된 동기는 이들의 직업만큼이나 다양하다. 박경준씨(31·회사원)는 교통체증 때문에 2년 전 50cc 스쿠터를 샀다가 급속도로 발전한 경우. 권혁균씨(24·소프트웨어개발업체 사장)는 폭주족이었던 동생이 유학간 사이 놀고 있는 오토바이를 타게 됐단다.
회원수는 30여명이지만 한꺼번에 달리는 경우는 없다. 간격 조정이 힘들어 안전사고가 날 위험이 크고 어쩌다 마주치는 자동차나 행인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 투어에 가장 이상적인 인원은 5명. 다이아몬드 형태로 4명이 주행하고 맨 뒤에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이 전체 간격을 조정한다. 회원전체가 모이는 장소는 태백 준용서킷. ‘야마하 동호회’는 지난 17,18일 준용서킷에서 일본 폭주족 예방교육강사인 야스와키 후지모토씨를 초청, 교습을 받기도 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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