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팎 악재에 불안 커지는 경제

  • 입력 2004년 4월 29일 18시 42분


세금체납자를 포함한 개인 신용불량자가 3월에만 5개월 만에 최대 규모인 9만여명이나 늘어 386만명을 넘어섰다. 2월에 약간 회복조짐을 보이던 설비투자가 3월에 다시 급감하고 소비는 계속 부진하다. 이런 가운데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경제 과열을 우려해 강력한 긴축정책을 시사하자 우리 금융시장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신용불량자 급증은 정부가 내놓은 ‘본격 대책’을 무색케 한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원리금 탕감을 포함한 신용불량자 대책이 걱정했던 대로 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킨 결과다. 빚을 성실하게 갚은 사람은 비싼 이자를 부담하는데 신용불량자에게는 원금까지 깎아주니 의도적으로 신용불량자가 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투자 급감은 정부가 경제정책의 최우선으로 내건 ‘투자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현장에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말한다. 이런 상황에 그나마 내수를 떠받치던 건설수주마저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니 내수부진이 갈수록 심화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중국 쇼크’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긴축정책은 지금 우리 경제의 유일한 활로인 수출의 증가세에 급제동을 걸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의 잠재 불안요소인 부실채권 문제를 현실화시켜 국제적 금융 불안으로 우리를 덮칠 소지도 있다.

이런 내외 상황 아래 정부는 막연한 경기(景氣) 회복론만 되뇔 일이 아니다. 시장경제원리를 해치는 신용불량자 대책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기업들의 투자마인드를 되살려 낼 수 있는 실질적 투자촉진책을 펴야 한다. 노동계도 지금의 경제위기 상황을 공감하고 함께 죽는 길이 아니라 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정치권도 이념논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