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희랍철학의 이론과 실천’… 악법은 법이 아니다

  • 입력 2004년 4월 30일 17시 26분


◇희랍철학의 이론과 실천/권창은 지음/330쪽 1만6000원 고려대출판부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 소크라테스가 생각하는 ‘지켜야 할 법’이란 정의와 일치하거나 이로부터 크게 일탈하지 않는 법이란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2002년 58세의 나이에 타계한 권창은 전 고려대 교수(그리스철학)의 유고집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에 관한 논문들을 모은 ‘제1장 이론철학’,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관과 준법 문제를 다룬 연구성과를 모은 ‘제2장 실천철학’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스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전공하고 돌아온 그는 군사독재정권이 법에 의한 독재를 합리화하던 시절, 민주주의의 기원인 고대 그리스의 정의(正義)와 준법(遵法)에 관한 일련의 논문을 통해 그 허구성을 밝혔다. 당시 한국 현실에서 소크라테스가 목숨을 바쳐 준법정신을 지켜낸 법치주의의 화신으로 그려질 경우 악법을 만들어 사적 이익을 보호하려는 특정 세력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국내 최초로 지적했다.

자신의 분명한 입장이 없이는 펜을 잡지 않는 엄격한 학문적 태도를 견지했던 그는 치열한 철학적 사색의 성과로 단 10편의 논문을 남겼고 타계하지 않았다면 회갑을 맞았을 올해에야 비로소 그 글들이 단 한 권의 책이 되어 세상에 전해지게 됐다.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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