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 ‘선진화 비전’으로 경쟁하라

  • 입력 2004년 4월 30일 18시 23분


한나라당이 당선자 연찬회를 마치고 내놓은 ‘국민께 드리는 글’은 새 출발 의지로 가득하다. 여기에는 무(無)정쟁, 따뜻한 대북(對北)정책, 경제 살리기 등 당이 나아갈 길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그러나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 당이 안고 있는 ‘수구꼴통’ 이미지부터 확실하게 털어내야 한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보수정당을 자처하면서도 참된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냉전논리와 지역주의에 기댄 채 기득권에 안주했다. 정부 여당에 대해선 비판과 견제보다는 발목 잡기에 더 바빴다. 이것이 두 번의 대선에서 패하고 4·15총선에서 원내 제1당의 자리를 내준 근본원인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의 진로를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선진화의 길’로 설정한 것은 바른 방향이다. 결의문대로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키고 고칠 것은 과감하게 고쳐가는 게 진정한 ‘21세기 신(新)보수’의 길이다. 특히 대북 유화책은 지금까지 한나라당의 경직된 수구 이미지를 바꾸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 나라와 정치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국민의 희망을 담은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이들 정책은 국익(國益)과 공익(公益)을 바탕으로 실용적이어야 한다. 지금은 ‘대여(對與) 사상투쟁’보다는 민생(民生)을 위한 정책, ‘선진화 비전’으로 정부 여당과 경쟁할 때다.

우려되는 것은 당내에 여전히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시대감각에 맞는 인사들을 당과 국회의 주요 포스트에 배치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구태(舊態) 정치의 각질을 벗겨내야 한다. 박근혜 대표의 말처럼 달라지지 않으면 끝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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