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학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철학 사조 중 하나다. 현상학은 철학을 보편적 학문으로 정립하고자 했던 독일의 철학자인 에드문트 후설에 의해 탄생했다. 후설은 20세기 초 서구사회의 병폐를 지적하면서 인류가 더 이상 참다운 삶을 살 수 없는 심각한 위기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했다. 이런 위기는 당시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인간의 삶을 본질적으로 향상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이남인 교수(서울대·서양철학)가 지적했듯이, 이런 과학의 정체성 상실이라는 위기는 궁극적으로 철학의 위기에서 비롯됐다. 즉 ‘모든 것의 뿌리’를 탐구하고자 한 철학이 20세기에 들어서 그 고유한 기능을 상실했고, 그 결과 과학의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태동한 현상학은 이후 독일 철학자인 마르틴 하이데거를 통해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해석하려는 해석학적 현상학으로 전개되면서 교육학, 심리학, 신학, 사회학, 예술 등 다른 학문에까지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동안 후설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에 대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활발히 전개돼 왔다. 그럼에도 후설과 하이데거의 현상학 사이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단행본은 국내에서 아직 출간된 적이 없다. 이런 점에서 이 저서의 출간이 지니는 의미는 매우 크다.
이 책은 후설 현상학에 대한 일반적 개요를 시작으로 하이데거의 비판과 해석학적 현상학의 의미를 밝히는 순서로 진행된다.
이를 토대로 하이데거의 비판이 지니는 한계와 ‘정적 현상학’과 ‘발생적 현상학’으로 구분되는 후설의 후기 초월론적 현상학의 구도를 다각적으로 해명한다. 현상학의 핵심 주제들을 중심으로 ‘초월론적 현상학’ 일반과 ‘해석학적 현상학’의 유사성, ‘발생적 현상학’과 ‘해석학적 현상학’의 유사성, ‘정적 현상학’과 ‘해석학적 현상학’의 차이점, ‘발생적 현상학’과 ‘해석학적 현상학’의 차이점을 드러냄으로써 두 사상가에 대한 기존의 견해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그동안 발표한 글과 논문을 기초로 완성된 이 책은 내용뿐만 아니라 현상학 관련 주요 자료들도 많이 제시하고 있어 현상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라 믿는다. 동시에 저자가 제기하고 있는 용어 사용에 관한 문제와 주장은 계속적인 논의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 책의 출간으로 현상학과 해석학을 둘러싼 담론의 장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해 본다.
홍 성 하 우석대 교수·서양철학 shhong@mail.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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