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적화통일 전략을 명시한 노동당 규약을 고치기 전에 우리가 먼저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주장도 일정 부분 설득력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체제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에 올라선 우리가 먼저 국가보안법을 개정하고 북측에 노동당 규약 개정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민주적 기본질서,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항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 이 같은 근본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다.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분단국가로서 대한민국에 적대하는 파괴, 폭동, 전쟁을 공모 또는 실행하는 행위나 간첩행위는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이것은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에는 남북교류가 활발해진 이후 법과 현실의 괴리가 커져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개념이나 조항이 없지 않다. 일부 조항은 형법, 남북교류협력법, 출입국관리법 등과 중복된다. 특히 고무 찬양죄 등 몇몇 조항은 규제대상이 되는 행위가 애매하고 다의적(多義的) 해석이 가능해 독재정권 시대에 인권유린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단계적으로 폐지하라는 권고안을 내놓고 있다.
국가보안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이 색깔논쟁이나 국론분열로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변화한 현실에 맞추어 국가보안법을 고칠 때가 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