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외국인들이 팔고 나갈 때를 대비해야 한다.”(황건호 증권업협회장)
외국인 주식투자를 경계하는 지적들이다. 글로벌 시대와 동떨어지는 국수주의적인 시각으로 비칠 수도 있다. 외국인들은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慧眼)을 가졌고 파는 데 급급해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눈앞에 있는 떡도 먹지 못하는 바보 취급을 받은 게 바로 얼마 전까지의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런 외국인들이 최근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파는데 ‘왜 파느냐’고 말릴 수도 없다. 외국인들은 지난달 27일 이후 최근까지 약 2조6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중 종합주가지수는 무려 145포인트가량 급락했다.
지금 주식시장에선 외국인 매도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본격적인 ‘셀(sell) 코리아’의 시작이라는 비관론이 있는가 하면 일부 헤지펀드의 매각일 뿐 전체 외국인들의 시각이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분명한 점은 갑작스러운 외국인 매도공세에 국내 투자자들이 당혹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쇼크나 금리인상 가능성 등 몇 가지 악재가 있지만 납득하기 힘들다는 표정이다. 얼마나 더 팔지는 알 수 없지만 외국인들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점에서 요즘 장세는 ‘증시에서 수절(守節)은 없다’는 속설을 떠올리게 한다. 외국인들이 주식을 파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많이 먹었으니 파는 것’(매매차익 실현)만큼 딱 들어맞는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어차피 주식투자의 최종 목적은 매매차익의 실현이다. 지나친 매도라고 깎아내릴 필요도 없다. 오히려 심각한 문제는 국내에 외국인들을 대신할 마땅한 대안(代案) 투자세력이 없다는 점이다. 요즘 외국인들도 이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